명자, 두 번의 생

by 김정욱

4-12. "어떠냐?"


"신기사. 그만하면 성실하구 생활력 강하구. 뭐 가끔 술 마시면 된 소리 안 된 소리 하긴 한다만, 남자가 술 한 잔 하면 다 그런거지 뭐. 그 정도야"

아빠는 그 정도면 괜찮은거라 했다. 더구나 명자 나이 32살. 변변한 직업도 없는 처지였다. 요새 남자들은 직업 없는 여자는 싫어 한다는데 신기사는 돈은 자기가 벌면 된다고 ,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가 좋다고 했단다. 부모님이나 오빠나 다들 명자 결혼에 관심을 두었다.

오빠 가게에 일 잘하는 신기사가 가족이 된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이 없었다.

명자는 자신의 인생에 기대는 일찌감치 버렸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명자는 좋은 맘 싫은 맘도 들지 않았다. 그저 무심했다.


"당신, 왜 이래?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이라구"

"난 가고 싶지 않다구요. 술 냄새도 싫고. 머리만 아프고. 할 얘기도 없구"

"당신이 뭔데 내 친구들을 무시해?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당신도 봤잖아. 내가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거. 너무 싫구 불편해"

"딴 여자들은 다들 분위기도 잘 맞추고 잘 노는데 왜 너만 그러냐? 너 혼자만 고상한 거냐구? 에잇!"

오늘도 문이 부서져라 쳐닫고 나가는 장훈을 보며 명자는 가슴이 뽀개지는 통증을 느꼈다.

'이게 아닌데. 이런게 아닌데'

무언가 크게 엇나가 버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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