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두 번의 생

by 김정욱

5-12. 급하고 다혈질인 장훈은 싹싹하고 애교 많은 여자를 원했다.


명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될 수 없었다. 마음이 심난하고 우울해지면 말 한 마디 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들었다. 거기에 애교라니. . .

예전 꿈 많던 그 시절엔 조잘조잘 밤 새워 얘기해도 가슴 한 가득 할 말이 많았던 명자였다.

어느 순간 꿈도, 말도 잃어 버렸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오면, 예쁜 아내가 다정하게 맞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장훈의 바램이었고 권리였으며 명자의 의무였다. 마음이 따르지 않은 빈말이나 스킨십은 명자를 아프게 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대형 자동차 정비공장이 생겼다.

1급 정비사 2명에 직원만 10여명. 한꺼번에 차량 6대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넓고 컸다. 당연히 오빠네 가게에 타격이 왔다. 장훈은 장사가 안되니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 했다. 오빠는 오빠대로 당장 가게를 닫아야 할 판이었다.

아버지와 오빠는 오랜 시간 얘기를 했다. 가게는 장훈이 맡기로 하고 오빠는 가게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처가쪽으로 장인이 하고 있는 슈퍼 일을 하기로 결론을 냈다.

어떻게든 장훈은 가게를 살리고자 애를 썼다.

명자까지 가게로 나와 세차 써비스를 하면서 힘겨운 날들을 이어갔다.

명자는 나날이 황폐해졌다.

장훈의 기대에 항상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엄마의 말대로 아이라도 있으면 아이 키우는 보람이라도 있었을텐데, 어쩐 일인지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그만 하고 싶어"

"다들 힘들게 살아. 다들 참고 사는 거라구. 힘 든다고 그만 둔다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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