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두 번의 생

by 김정욱

6-12. 옛날부터 엄마는 그랬다.


한 번도 내편이 되어 준 적이 없었다.

내 아픔을 헤아리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한 번도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때가 없었다. 언제나 잘못하는 건 나였고 혼내는 건 엄마의 역할이었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결정이 났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갔다.

내 일을 내 맘대로 결정하지 못했고 내 방식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행복하지 못했다. 불행했으며 아팠다.

내 나이 39살. 내일 모레면 마흔이다. 지금이라도 내 뜻대로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어쩌면 나도 용기를 내면 잘 살아 보고 싶은 맘이 생길지도 모르니.

엄마, 아빠, 장훈이까지 모두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쳤다.

지금처럼 서로가 어려울 때, 이혼이니 어쩌니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고 철딱서니 없고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다.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고 딸자식이 별 탈 없이 살기를 바라시는 게 당연한 일이고, 장훈이 또한 고군분투, 가게 일로 힘들어 죽겠는데 위로나 도움은 못줄망정 이혼이니 어쩌니 하고 있다고, 자기가 지금 이혼이나 할 처지냐고 성을 내는데 그 또한 당연하게 들렸다.

명자는 망연자실, 또 다시 놓쳐버릴 자신의 인생 앞에 무기력 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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