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 남녀공학이던 중학교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순임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수호에게 맘이 쏠렸고, 수호친구들은 하나같이 순임에게 목을 매었다. 사실 수호는 공부도 잘 했고 기타도 잘 치는 수재였고, 순임은 공부는 관심 없지만 궁금증이 많은, 까칠하지만 털털하기도 한 예쁜 애였다. 이리저리 컴컴한 영화관으로, 음악실로 몰려다니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몸이 달았으며 근질근질 온 몸으로 수상한 기운이 넘실댔다.
툭 하면 교무실로 불려가고, 복도에 꿇어앉아 벌을 섰지만 괜찮았다. 일단 하고 싶은 건 해 보고, 가고 싶은덴 가 봐야 했다. 넘치는 치기가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고등학생이 되자, 눈에 띄게 어른스러워진 수호가 순임을 챙겼다.
밥 늦은 시간까지 순임이 들어오지 않으면, 수호는 순임을 찾으러 시내 곳곳을 헤맸다.
부모님의 꾸중도 꾸중이지만, 스스로 안절부절 맘이 불안해져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특별히 우애가 돈독한 사이도 아니고, 친절한 오빠는 더욱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그냥 그렇게 되었다. 천방지축 겁 없이 나대는 순임이 그냥 불안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언가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 들었다.
"야 - 너 도대체 뭔데 - - 이렇게 걱정 시키는거야?"
컴컴한 음악다방 구석에서 순임을 발견하고 수호가 냅다 고함을 쳤다.
오히려 어리둥절한 순임이 깜짝 놀랐다.
"내가 뭘?"
"아니 - - 그게 - - 부모님이 아시면 어쩔려구?"
"이를꺼야?"
"아니 - - 그러니까 - - 내 말은 - - 아신다면 혼난다구 - - "
"뭐래는거야? 먼저 가 - - 쫌 있으면 끝나 - - "
수호는 씩씩대며 순임을 노려보다 휙 나갔다.
"얘얘- 순임아 - - 수호 오빠 넘 멋지다 - - 어쩜 좋아 - - "
"멋지긴- - 개뿔 - - 귀찮기만 한데 - - "
"그러지 말고 담에 같이 오자고 말 해 봐 - - 니네 오빠 기타도 잘 치잖아 - - 분명 음악도 좋아 할거야 - - "
옆에 있던 영순은 몸이 달았다.
'수호가 같이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 "
영순은 생각만으로도 짜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