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3-27. 순임의 생각은 달랐다.


수호만 온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병태도 같이 올 것이다. 그 재수탱이. 유치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 놓으며 순임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떨거지.


'흥 - 다 필요 없어. 수호도 병태도 - - '


그즈음, 아빠가 하시던 철물점이 문을 닫았다.

옛날 호황이던 철물점 시대는 지났다. 새로 생긴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소소한 것들은 다 살 수 있다. 이젠 쌀가게처럼 철물점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라고나 할까.

집 안에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말 수 적은 아버지는 더 말이 없어지고, 엄마만 혼자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분주했다.


부모님은 시내쪽에 식당을 냈다.

오일장 장꾼들과 뜨내기 손님들이 대부분인 식당은 일주일 중 삼일은 한가하고 삼일은 바쁜대로 그럭저럭 이어갔다.

수호는 서울에 있는 사범대학에 들어가고 집을 떠났다.

1 학년만 마치고 군대에 갈 거란다. 어떻하든 자신의 힘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집에 남은 순임은 심난해졌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실력도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에서 일 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

그동안 미술대회에서 몇 번의 상을 탄 적이 있어서 막연하게 그림공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미술대학을 가려면 학원에도 다녀야 하고 돈이 많이 들 것이다. 그러니 그 건 이룰 수 없는 꿈인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깜깜해진 자신의 앞날에 절망과 실망으로 깔고 앉은 돗자리 방석만 뜯고 뜯었다.


"어 - 웬 일로 집에 있냐?"


여름방학을 맞아 일 하느라 바쁠거라는 수호가 난데없이 집에 나타났다.


"그러는 사람은 웬일로?"


순임은 예전처럼 야, 너, 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반 년 동안 못 본 사이 수호는 듬직한 남자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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