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 중학교에 들어가자,
수호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키도 160을 지나 170에 다다랐다. 순임은 150을 겨우 넘기고 있었다.
'어쭈 - - 저게 나보다 크단 말이지 - - '
분한 마음도 들었다.
말 수 적은 수호였지만 목소리도 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점점 아빠를 닮아가는 수호는 눈 빛도 깊어졌다.
중학생이 된 순임은 자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 가끔씩 우울해지곤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난다던 사춘기, 그 강물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친척 결혼식에 가셔서 안 계셨다.
배가 고파 주방에서 혼자 저녁을 차려 먹던 순임은 들려오는 기타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들어 수호 방문을 두드렸다.
"야 - 밥 먹어 - "
기타 소리만 날 뿐, 기척이 없다.
"야 - 밥 먹으라고 - - "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는 주방으로 돌아왔다.
'치 - - 오기 싫음 관두라지 - - '
순임은 찌개그릇에 얼굴을 박고 열심히 먹고 있다가 앞 쪽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눈을 들었다.
석양으로 샛노랗게 빛나는 역광을 등에 지고 수호가 서 있었다.
종종 사람들은 운명의 사람을 만나면 오라가 빛난다고 하는데, 순임은 그런 말을 들으면 그 날 황금빛 밝은 역광을 진 수호가 떠올랐다.
그 뒤로 순임은 모든 이야기나 드라마, 영화의 주인공이 수호로 보이는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왜인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땐 몰랐지만, 그 시간 수호도 조용히 운명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