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0-27. 건너방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딩동 딩동딩딩디디 딩동 - - 딩딩딩 디디 딩동 - - "


언제부터인가, 순임은 콩콩 가슴이 뛰었다.

정체모를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이게 뭐지?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었지만 알 수 없었다.

어쩌자고? 이상하게 가슴 안쪽이 찌르르 - - 신호를 보내왔다.


순임 다섯살때 엄마와 아저씨네 집으로 들어왔다.

그 집에는 아저씨와 남자 꼬마가 있었는데 그 꼬마가 수호였다.

어릴 적 기억에 아빠는 없었다. 다만 엄마가 순임의 손을 잡고 아저씨 집으로 들어온 날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살짝 더웠고, 엄마의 분홍빛 치마가 생각나고 엄마의 납작한 갈색 구두가 떠오른다. 순임은 양쪽으로 머리를 한 껏 올려 묶고 구멍이 송송 나있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키가 크고 눈썹이 짙은 아저씨가 무서워 엄마 치마를 잡고 자꾸 뒤로 숨었다.

이상하게 아빠란 말이 입에 붙질 않아 아빠라고 잘 부르지 못했다.

애교도 많고 상냥한 순임은 동네분들에게 인사도 잘 하고 붙임성도 좋았다. 집 밖으로 도는 걸 좋아해서 눈 만 뜨면 집 밖으로 나다니며 동네 친구들과 몰려다녔다.


"너, 친 아빠 아니지?"

"아니거든. 친 아빠 맞거든. 울 엄마가 아파서 시골에서 살다가 왔거든"


동네 조무래기들 앞에서 분한 목소리로 순임은 소리쳤다.

아무래도 자신이 아빠라 부르지 않아서인가 생각하면서 억지로 겨우겨우 아빠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호를 오빠라 부를 수는 없었다.

나이는 한 살이 많았지만 키도 순임과 같고, 비실비실 병약해 보여 영 눈에 차질 않았다.

영구처럼 몸이 튼튼 씩씩하기라도 하던가 기철이처럼 목소리도 크고 빠르기라도 하던가. 아무튼 수호는 오빠로 인정하기에는 영 아니었다. 부모님이 계실때는 '저기'로 불렀고, 안 보실때는 '야'로 불렀다.


순임이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갈 때만 해도 수호는 존재감이 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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