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5-27. 어쩌다,


다른 부모님 아래 태어나 한 집에서 오누이로 자랐다.

특별히 친밀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같이 보낸 시간만큼 연민의 감정이 쌓이고 있었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 - - - "


수호는 벽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기타 줄을 튕기며 나지막히 노래하고 있다.


'뭐야 - - 이 노랠 이렇게 부른다고?'


중얼중얼, 들릴 듯 말 듯, 읊조리며 - - 순임은 이대로 - -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엷은 홍조로 보기 좋게 달아오른 수호를 바라보니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순임은 수호가 그녀의 첫 사랑임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 눈을 번쩍 뜬 수호는 순임을, 순임의 눈 속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애잔하고 슬픈, 먹먹하도록 가슴 저린 순백의 사랑이 차올랐다.

아마도 수호의 품에 뛰어들어 입술을 덮친 건 순임이었다.


뜨거운 두 개의 우주가 부딪치고 타오르고 터져나가고, 그리고 한 참 뒤에 찾아 든 혼돈의 카오스.


수호는 순임을 끌어안고 끅끅- 울음을 삼켰다.


"어쩌지? 우리 - - "

"뭐가 어째? 나 순임은 수호를 사랑하고, 너 수호는 순임을 사랑한다. 이건 절대 변할 수 없는 거고, 우리 사랑을 지켜야지 - - "

"이 바보 - - 그러니까 어떻게 지키냐고?"

"찾아봐야지 - - 어떻하면 좋을지 - - "

"아 - - 내가 그동안 얼마나 애썼는데 - - 얼마나 노력했는지 니가 알아?"

"뭘? 뭘 노력했다는거야?"

"내가 - - 너 - - 널 좋아한다는 걸 감추느라 얼마나 힘 들었는지 니가 알기나 하냐고?"

"후후 - - 난 나 혼자 짝사랑인줄 알았지 뭐야 - - "


수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리로는 멈추라고 종을 쳤지만, 가슴은 '이대로 달리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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