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병태가 말했다.
"순임아 - 너 그거 알아? 옛날에 너 참 멋있었다. 여장부같기도 하구- - 후후 - - 종현일 깔고 앉아 주먹을 휘두르는 여자라니 - - "
"종현이? 종현이가 누구지?"
"왜 그 뚱땡이 - - 지네 아빠 경찰이라구 애들 괴롭히던 놈 말야 - - 우리도 감히 맞짱을 못 떴는데 니가 온 몸으로 들이받아 넘어뜨리고 - - 주먹으로 다다다다 - - 후후 - - 그 때 나, 너한테 반했다 - - "
"그래? 그런 일이 었었어?"
"그때가 초등학교 입학하고선가 - - 그 전인가 - - 아무튼 그때부터 넌 내 우상이었어 - - "
"치 - - 우상은 뭐 - - 맨날 엄마한테 혼났는걸 - - 얌전히 놀으라고 - - "
"그 뒤로 종현이가 너만 나타나면 꽁지 빠지게 도망쳤잖아 - - 하하하 - - "
옛날 이야기를 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벼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순임은 병태 어머니를 만났다.
"내 아들 - - 죽을때까지 장가를 못가도 넌 안 된다. 어디 상스럽게 - - "
병태가 소리쳤다.
"난 순임이와 살꺼야 - - "
"아휴 - - 밸도 없는 놈 - - "
"엄마가 순임을 안 받아주면 나도 집에 안 올꺼야 - - "
"그러던지 말던지 - - 고연 놈. 내 저 년 꼴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순임은 병태 손을 잡았다.
"그러지마 - - 엄마한테 - - 내가 잘 할께 - - "
병태와 산 7년동안 순임은 병태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명절이고 제사고, 순임을 집에 들이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버스 터미널에서, 혹은 식당에서 순임은 혼자 있었다. 병태도 순임도 아이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함부로 몸을 굴린 년이야 - - 쯧쯧"
시어머니는 혀를 찼다. 순임은 아무렇지 않았다. 이 정도 벌이라면 받을 만 했다.
엄마와 불화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병태는 성마르고 거칠어졌다. 자주 화를 냈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와 싸우고 나면 순임에게 분풀이를 했다. 그렇게 분하면 한 대 치라고 순임이 소리쳤다.
상처도 남지 않는 말들은 비수처럼 날아다니며 순임의 가슴을 찢었다.
병태의 사랑은 벌써부터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