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9-27. "수호가 몸이 안 좋아 - -


남해 어디쯤 있는데 - - 근데 여자가 있어 - - "

병태가 자신의 가슴으로 순임을 끌어안았다.


"울어 - - 실컷 울어 - - 욕 해 - - 수호 나쁜 자식. 천하에 빌어먹을 놈 - - 감히 순임을 버리다니 - - "


순임은 하염없이 병태의 어깨를 적시었다.


'우리 사랑은 원래부터 이런 결말인건가 - - '


순임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 - 서글픈 사랑의 결말이 - - 너무나 시시해서 허망해졌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아픈 마음을 모두 날려 보내고 싶다. 가벼워지고 싶다. 간절하게 - -


'민들레 집'은 생사가 함께 머무는 곳이다.

'희노애락' 부단히도 고달팠던 인생들이 곁에 있는 죽음의 손을 조용히 잡는다.

그토록 가슴 터지도록 슬프고 억울했던 사연들도 먼지처럼 가라앉고, 뜨겁게 빛나고 열망했던 사랑과 미움도 티끌이 되어 사라진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깨끗한 맘으로, 한 껏 가벼워진 영혼으로 죽음을 따라 나선다.


순임은 그저 하루를, 오늘을 살고자 했다.

미래란 허상이고 꿈이고 먼지고 바람이다. 어머니가 날 낳으시고, 내 인생이 내 앞에 있으니 그저 열심히 살 일이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빨래하고 음식을 만들고, 식어진 사람들의 발을 두 손으로 감싸리라.

그들의 영혼이 육체를 떠날때까지 온기를 잃지 않도록 애쓰는 일. 그것만이 중요할 뿐.


"순임아 - 생각해 봐. 억울하지 않아?"

"아니 - - "

"수호도 어쨌든 잘 살잖아 - - 너만 이게 뭐야?"

"뭐 어때서?"

"내가 옛날부터 너 좋아한 건 알지?"

"후후 - - "

"날 좀 받아주면 안 되겠나?"

"내가 뭐라고 - - "

"내가 사정할께 - - 알고 보면 나도 불쌍한 놈야 - - "

" - - - "

"우리 아버지 - - 그렇게 사고나 치고 - - 우리 식구들 다 나만 바라보고 - - 내가 장남이라고 - - 남자라고 - - 사실 그 때 도망치고 싶었다 진짜로 - - "

"잘했어 - - 도망치지 않아서 - - "

"순임아 - - 나 좀 바라 봐 - - 날 좀 봐 줘 - - "

" - - - "

"기다릴께 - - 얼마든지 - - 근데 너무 기다리게 하진 마 - -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 -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그네, 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