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8-27. "어휴 - -


수호 불쌍한 자식 - -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 - "

" - - - "

"중학교 2학년땐가 - - 한 날은 수호 녀석이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러더라니까 - - 앞으로 순임이 곁에는 얼씬하지 말라고 - - 순임은 자기가 지킬거라나 - - 아니 그랬으면 끝까지 지켜야 할 거 아냐? 이게 뭐냐?"

" - - - "

"수호는 언제 만난거야?"

"군대가기 전에 - - "

"그럼 - - 뒤에는 한 번도 못 본거야? 애는?"

순임은 고개를 흔들었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만나고 싶은거야?"


순임은 끄덕였다.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수호에 대한 감정은 언제나 생생했다. 아무리 생각 밖으로 밀어내도 언제나 푸르도록 생생한 기운을 떨치고 있다. 때론 자신의 이런 마음이 무섭기도 했다.

모두를 아프게 하고 모두를 다치게 만든 이 감정,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더 두려운 건, 이런 맘이 수호에게 남아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믿음. 자신의 사랑이 사랑이란 허울 쓴 집착이나 미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


"알았어 - - 내가 한 번 알아볼께"


그 날 이후, 순임은 헛손질이 많아졌다. 눈은 눈대로, 맘은 맘대로, 손은 손대로 제각각 놀았다.

그동안 차분히 눌러 온 마음에 잔물결이 치고 있었다.

오늘 식재료는 다른 기사가 배달을 왔다.


"저 - - 한 병태씨는?"

"아 - 일이 있다고 해서 오늘 쉬었어요 - - "

"아 - 네 - - "

그 다음 주에도 병태는 오지 않았다.

기사에게 다시 묻기도 뭐 해서 순임은 눈치만 봤다.


'혹 - - 수호를 찾은건가 - - '


3주만에 병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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