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17-27. 처음엔 서울로 갔다가,


군대가 있는 강원도 어디로 갔다가, 어떻하든 수호를 만나려고 했다가, 그냥 시간을 두기로 했다.

자신의 운명은 알지 못했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질 것이라 믿었다.

몸과 맘이 피폐해진 순임은 극도의 영양실조로 길에서 의식을 잃었다.

병원에서 눈을 뜬 순임은 펑펑- 온 몸의 물기가 마르도록 며칠동안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앞 날이 깜깜해진 사실만 분명해질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병원에서 호스피스 수녀님을 만나 수녀님을 따라갔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호스피스 민들레 집에서 일을 했다.

모든 걸 잊은체 6년을 살았다. 그냥 덮어두고 자신을 속이고 산 세월이다.


"야 - 너 순임이지?"


민들레 집에 식재료를 대주던 배송기사가 아는체를 했다. 병태였다.

순임은 온 몸이 뜨거워졌다. 어쩌면 수호 소식을 알지 몰랐다.


"야 - 너희 집. 소식 아냐?"

"왜?"

"니가 애를 배서 집을 나갔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리구 수호가 제대를 하고 집에 한 번인가 왔구 - - 그 뒤론 소식이 끊겼대. 학교도 관두고 - - 얼마 있다가 니네 엄마도 집을 나갔다구 하더라 - - 야 - - 말도 마라 - -이 말 저 말 소문이 장난 아니었어 - - "

"뭐? 엄마가?"

"근데, 너 사실이야? 니가 수호 애를 가졌대며? 그럼 수호랑 같이 있는거야?"

"뭐? 애를 가졌다구? 내가?"


순임은 참담했다.

차라리 - - 그랬더라면, 달라졌을까?


온전했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순임은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다.


'우리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건가요? 그냥 먼 곳으로 우리가 도망쳤으면 아빠도 엄마도 우리도 잘 살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죄라면 부모님은 그냥 두셨어야죠. 왜? 왜? 두 분까지 - - 왜?'


병태는 아버지의 도박으로 집이고 밭이고 다 날려버려서 고향을 떴다고 했다.

아버지는 이 년 전에 돌아가시고 여동생도 결혼하고, 자신은 어머니와 살고 있단다.

그동안 맘 고생 몸 고생 많이 하고보니 일상이 허무해져 한동안 떠돌았단다. 지금은 엄마 곁에 몸을 붙이고 단순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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