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by 김정욱

오늘은 쉬어가는 날.


제 글이 200편을 넘었어요 - - 205번째.

하루에 한 꼭지씩, 그러니까 브런치에 얼굴을 내민지 205일이 되었다는 말씀.


저는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사람입니다.

내 멋대로 - - 기분대로 - - 필이 꽂히면 휘리릭 - - 써 제끼죠.

어떤 땐, 쓰는 속도가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할 때도 있습니다.

20대 때, 평생 '글' 만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누구나 젊을때는 뭣도 모르고 치기가 솟구치죠. 그 때는 세상도 모르고 인생도 몰랐는데 - -

하지만 천만다행.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 -

좋아하는 일도 막상 '업'이 되면 괴롭다는 걸, 처절하게 겪었습니다.

'책 읽기' '글 쓰기'와 더불어 '요리하기'도 좋아했는데, 식재료를 요리조리 맞추고 모양내고 맛을 내는 걸 좋아하다가 '요식업'이란 수렁에 발을 들인거죠.

좋아하는 건 그냥 좋아해야지 그걸로 뭘 한다? 노노 - -

기본 16시간 이상 시간을 바치고, 몸과 맘을 갈아넣다보니 십 몇 년이 후루룩- 갔습니다.

인생 황금기를 그렇게 탕진했어요.

남은 건 신경통, 관절염, 소소한 교통사고, 수술, 암 수술, 후유증까지 - - 너덜너덜 몸이 상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빌딩 하나라도 남았으면 덜 억울할텐데, 언감생심 내 복은 아니었죠. 하하 - -


그래도 큰 보람으로 여긴 건 따로 있었으니 - - 여기에 인생의 묘수가 - -

청소년기, 부모와 소통이 그렇게 중요한 그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돈''돈' 하며 동동거렸는데 - -

형제가 서로 의지가 되고 길잡이가 되어 반듯하게 잘 커준 두 아들. 인생은 혼자 가야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우친 듯.

덤으로 우애 깊은 형제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감히 '돈'과 어찌 비교가 될까요?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재밌는 말이 있는데 바로 내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내가 '돈'벌이 안 하고 아이들 곁에서 이 건 이렇고 저 건 저렇고 - - 교육을 했더라도 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왔으리라 장담할 수 없으니 - - 감사 할 따름이죠.

잘 커준 두 아들.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는 두 아들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인생은 '빅 피쳐' 로 보면 지금은 손해이나 나중에 보면 그렇지 않고, 지금은 잘 된 일이라 생각해도 나중에 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 - 미리 실망하고 절망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으리라 - - 잃은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니 - -


나이를 먹고보니 젊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입니다.

행 간, 인생의 갈피갈피, 속 사정, 저 깊은 곳에 있는 진심, 마음의 소리, 필연, 운명따위 - - 그림자, 뒷 모습, 처진 어깨, 끄는 발걸음, 눈으로 하는 말, 감춰진 눈물, 떨리는 목소리, 한 숨, 여운 - -

그러니 '글'은 지금 쓰는게 맞습니다.

지금이야 내가 쓰고 싶으면 쓰고, 말고 싶으면 말고 - - 얼마나 좋은 팔자인가요?

마감도 없고, 이 건 왜 이래? 저 건 왜 저래? 타박 하고 빨간 줄 긋는 사람도 없으니 - - 휴우

혼자 쓰고, 혼자 애달파하고 - - 그런 시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라도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든든한지 - - 지금도 브런치에 글을 올릴때면 두근두근 가슴 떨리고 - - 설렙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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