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1-23. 명자는 머리가


지끈거려 저절로 인상이 써졌다. 어젯 밤, 마실 줄 모르는 술을 한 병이나 마셨기 때문이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데는 없느니라'


엄마 말씀이 절대 진리인가?

남들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연애도 잘 하고 결혼도 잘 하는데, 난 그것이 왜 어렵기만 한 것일까? 인숙이도 그 얌전한 것이 어느새 연애도 하고 결혼한다고 날을 잡네 어쩌네 하고 있고, 숙희 그것은 벌써 몇 번째 애인을 갈아치우며 고르기를 하고 있으니 - - 내가 키가 좀 작은 것 빼고는 다른 건 꿇릴 것이 없는데, 미모면 미모, 경제력이면 경제력, 성격이면 성격, 활발하고 솔찍한 성격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지 않던가?


문제는 너무 잘 보이는 것이다.

유독, 내 눈에는 상대의 빈 곳이 잘 보이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도무지 콩깍지가 쒸워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외양이 그럴듯 하면 내면이 허술한 것이 보였고, 내면이 충실하다 싶으면 아름다운 빛이 없었다.

명자는 백이면 백 사람, 저마다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한 마디로 이런 것이라 단언 할 수 없지만, 스스로 자존감으로 빛이 나야함을 믿기 때문이다. 작은 풀 꽃조차 저마다 아름다움이 따로 있거늘, 어찌 인간이 외양만으로 아름다움을 입에 올릴 수 있으랴.


어제는 오지랖 숙희가 제 애인 친구를 명자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서른 중반이 다 되도록 공부만 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기 보다는 소심하고 겁쟁이 같아 보였다. 공부하고 있는 '실용철학'이란 것도 미덥지 않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학문에 대한 열정도 확신도 부족해 보였다. 명자의 눈에는 아직도 자신의 인생에 뚜렷한 비젼 없이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다.

이번 소개팅에 내심 좀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나로 끝나게 되니 씁쓸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은 좀 남 다른 구석이 있을 줄 았았는데 - - 앞으로 소개팅 따위는 내 인생에서 영원히 꺼져 버려라 - -


명자는 혼자 전의를 불태웠지만 곧 상실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