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짝을 못찾을지 몰라 - -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랑에 빠지지 못 해 결혼을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명자가 그렇게 되고 싶은 엄마도 될 수 없고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고 살아야 하는건가 스스로 초라하고 비참해졌다.
아이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명자는 예전부터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을 수 없을까 - - 불온한 생각을 했었다.
엄마에게도 그렇고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명자의 속마음은 부도덕한 그림자를 달고 있었으므로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것이긴 했다.
그럼 일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해 - - 그러면 아이는 얼마든지 잘 키워낼 자신이 있었다. 그 담은 친구 같은 엄마로 다정하게 오손도손 재미나게 사는거야 - - 아 - 이게 무슨 - - 말이 되는 망상인가?
명자는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운명같은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고 싶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그런 결혼은 아무래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아이를 갖는 현실적인 숙제만 남은건가?
결혼을 하는 것은 자신의 힘 뿐 아니라 운명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아이를 갖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힘으로 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금껏 결혼을 전제로 이성을 만나왔지만 이제부턴 그 스펙트럼이 한 껏 넓어질 터.
절대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일은 없으리라.
내 행복을 위해 누군가 눈물을 흘린다면 명자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만 갖는다면 그것으로, 그것만으로 행복해지겠다.
난 능력 있는 엄마가 될 자신이 있고 내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내 인생에 남자란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그닥 아쉬울 것 없는 존재다.
난 얼마든지 내 인생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 작은 소망들을 하나씩 이룰때마다 누리는 성취감, 기쁨만으로 내 인생은 언제나 충만하다.
명자는 제 멋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들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