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3-23. "난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 할거야"


'아이만 낳을거야'는 속으로 삼킨다.


"언제 연애 하는데? 누구랑?"


'지금부터 찾아 봐야지 - - '는 속으로 웅얼웅얼.


"그러던지 말던지 - - "


친구들은 심드렁했다.


"그래 - - 연애라도 해야지 결혼을 하던 말던 하지 - "


엄마 또한 별 시답지 않은 말을 심각하게 한다며 퉁을 줬다.

명자는 당장 씩씩해졌다.

그동안 공연히 결혼에 목줄을 걸고 스스로를 얼마나 질책했던가.

인공수정 방법도 떠올랐지만 아니라는 생각에 금방 마음을 접었다.

적어도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은 싸늘한 병원 침대가 아니라 따스한 인간의 온기가 필요할 터. 다행히 남자는 아무리 반듯한 좋은 품성을 지녔다 해도 예쁜 여자가 온 맘으로 흔들면 흔들릴테니 - - 꼭 아름다운 빛을 내는 남자를 찾으리라 - -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일이긴 할까?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을 내는 이상한 모양새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더 깊게, 더 오래 생각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리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가 기초반인가요?"


뒤돌아보니 덩치가 산만한 처음 본 남자가 서 있었다.

유월 초부터 명자는 그동안 심란했던 마음도 정리할겸 '명상센터'에 등록했다.

아는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 일부러 차를 타고 나와야 하는 시내로 왔다.


이제부터 스스로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살아야겠다 다짐한 날 이후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가게일도 열심히 했다. 대학 때, 알바하던 속 옷 가게였는데 사장 언니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 얼떨결에 명자가 인수했다. 물론 엄마에게 결혼자금을 선불로 당겨쓰기는 했지만 회사보다 적성에도 맞고 수입 또한 쏠쏠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예약판매도 많고 수 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선물세트도 잘 나갔다.


붙임성 좋은 명자는 시장을 가던 은행을 가던, 어디든 몇 번 안면을 트고 말을 섞으면 금새 아는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스스로 비지니스 영업용이라 했지만 털털하고 솔찍한 성격은 분명 장사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명자는 자신의 일이 즐거웠다.


아침이 되면 빨리 가게문을 열고 싶어 절로 몸이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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