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4-23. 시간을 내


뭐든지 배우러 다녔고, 딱히 돈 드는 일도 없어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어쩌면 명자가 혼자 살 자신감을 낸 건 든든한 경제력도 한 몫을 했다. 이전처럼 쾌활해진 명자는 가게 근처 사장들이 보기에는 부지런하고 싹싹하고 참한 신부감이었다.


아침 명상수업, 가만이 앉고 누워 마음만 다스리는 게 아니라 몸 푸는 '기 체조' 수업도 했다.

우리 몸, 정체 된 기를 두들기고 쓸어주고 통해주어 편안해진 몸과 맑은 정신, 상기된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 하는 걸로 수업이 끝이나면 누구든 큰 상에 둘러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셨다.

관장님 부터 사범님 단원들 남녀노소, 무람없이 밝아진 얼굴로 짤막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일 주일 늦게 들어 온 남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노 지훈. 화물 중개업을 한다했고 나이는 마흔. 딸이 있단다.

자신은 스트레스가 많아 마음이 힘 들어서 시작했다고 많이 도와달라 했다.


"스스로 자신을 도와야 합니다. 남들은 도와 줄 수 없어요 - - "


사범님 말씀에 모두들 조그맣게 웃었다.

회원들은 생활한복 모양의 헐거운 단복을 입었는데 가슴에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서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으라는 뜻이다.


명자는 오늘, 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물건을 찾으러 왔다.

기차역 화물터미널은 언제나 혼잡했다. 같은 시간에 엄청난 화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명자씨"


누군가 명료하게 자신의 이름을 외치자 깜짝 놀랐다.

노 지훈, 그 남자였다.


"아 - 네. 가끔 물건이 화물로 와서요 - - "

"앞으론 나한테 전화해요. 갖다 줄께요. 원래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런 거예요 - - "

"아니아니 괜찮아요 - - 됐어요"

"일로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요. 부담갖지 마세요"


얼떨결에 손에 받아 든 명함을 보며 명자는 잠시 아연해졌다.

그게 누구든 선의든 아니든 일방적으로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달갑지 않았다.

장사를 10년 이상 해 온 명자였지만 친절한 사람들은 나중엔 불편한 사람이 되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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