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7. 월요일 아침,
공씨는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흔들리지 말고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마음이 둥둥 떠버려 손 짓하는 손님도 그냥 지나친다. 내가 뭘 하는거지?
"난데 - - 1시쯤 도착할거 같아"
"그래 - - "
"고마워 - - "
순임이 고맙다 말하는 건 벌써 두 번째다. 자꾸 날 밀어내는 것 같아 서운해진다.
"폐를 끼쳐서 - - 고맙습니다 - - "
인사를 건네는 남자는 깡마른 초로의 늙은이로 보였다.
순임과는 한 살 차이라는데 반백의 머리에 깡 말라 옷이 겉돌았다.
설명이 필요 없다. 그는 자갈밭을 온 몸으로 기어 온, 상처투성이 고달픈 인생일 것이다.
순임이 예약한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아저씨는 일 해야지 - - "
가라는 건지 - - 가서 일이나 하라는 건지 - - 순임이 공씨를 밀어냈다.
"좋질 않아요 - - 에 - - 도와드릴 게 없습니다"
병원에서는 호스피스 요양원을 권했다.
"수호야 - 내가 호스피스 요양원에 오래 있었거든. 다 알아 - - 내가 잘 해 줄게. 나 한테 맡겨 - - "
"그래 - - "
"니가 그래도 말복은 있네 - - "
"말복?"
"인생 마지막 말복 - - "
"치 - 그거 니가 지어낸 말이지?"
"그래 - - 내가 지었다. 왜 불만 있어?"
"그럴리가 - - "
"시골 집으로 가자 - - 가서 하루를 한 달 같이 - - 한 달을 일 년 같이 - - 사는거야"
"그래 - - 한 달만 살았으면 좋겠네 - - "
"그래그래"
순임은 버스 안에서 공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씨 - - 난데요 - - 그러니까 지금 - - 시골로 가고 있어요 - - 그동안 고마웠어요 정말 - - "
" - - - "
"기다리지 마요 - - 그냥 - - 날 - - 버려요 - - "
" - - - "
"내가 공씨한테 - - 이러면 안 되는데 - - "
" - - - "
"많이 고맙고 미안해요 - - "
" - - - "
"식사 잘 하고 술은 많이 먹지 말고 - - "
"가는 사람이 그딴 얘긴 뭐 하러 하는거야? 먹든 말든- - - "
" - - - "
"기다리지도 않을거구 버리지도 않을꺼야 - - "
" - - - "
"그냥 - - 그냥 - - 이 자리에 있을꺼라구 - - "
순임은 옆자리에 앉은 수호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소리없이 굵은 눈물이 뚝뚝 - 흘러내렸다.
얼마 후, 순임은 혼자가 되었다.
마지막, 수호가 순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가 남해요양원에 계셔 - - 아버지는 오 년전에 돌아가시구 - - 남해쪽 볕 좋은 곳에 집도 사고 땅도 사놨어 - - 너 좋아하는 사과나무도 있고 - - 늦기 전에 - - 더 늦기 전에 엄마 만나고 - - 이제라도 엄마랑 살아 - - 다 잊고 - - 살아 - -그동안 널 지켜준 그 사람이랑 내려가 - - 순임아 - - 꼭 같이 가 - - " 끝.
인생은 짧다.
젊음은 더 짧다.
사랑 할 시간은 더 더 짧다.
누가 사랑하는 그 맘을 가벼히 여기는가?
일생에 한 번
찰나의 그 한 번이 될지도 모르는데 - -
젊은이여 - -
맘 껏 사랑하라.
뜨겁게 온 우주를 불태우라 - -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비로서, 이 세상에 온 의미를 찾을 것이다.
이쯤되면 '사랑' 예찬론자인가?
진심, '찐사랑' 얘길 쓰고 싶다.
'광인'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열어젖힌, 내가 시작했고 내가 완성하는 사랑. 인생에서 이런 사랑을 해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 이 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