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10-23. "그 때는,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데 나도 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자꾸 보고 또 보고 하면 정도 들고 사랑이란 게 절로 생기지 않을까 하는 - - 안일한 생각? 별 마음에 갈등 없이 결정했어 - - 결혼하고 한참 지나 나중에 들은 얘긴데 - - 아내가 그 전에 사귄 사람과 내가 많이 닮았대. 아내 친구가 깜짝 놀라서 그땐 내가 의아했었거든 - - "

"뭐? 그건 아닌데 - - 애인을 생각하면서 오빠를 만난거야?"

"아니, 그건 아니래 - - 시간도 많이 지났고 - - 나도 지난 일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구 - - 솔찍히 기분은 별로였지만 - - 다 지난 일이잖아"

"그래, 그렇군. 어쩜 언니가 오빠한테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 - 맞는지 모르지만 - - "

"그게 뭐야? 내가 알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음 - -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 - 언니는 오빠한테 아주 티끌만한 어떤 미안한 감정이 있는거야 - - 아니라도 말해도 가슴 속 깊은 어딘가에 - - 그 맘을 오빠한테 들키면, 그 맘의 정체를 오빠가 알아버리면 오빠가 멀어질까봐 두려워서 - - 그 담에 닥칠 일들이 너무 두려워서 - - 아마도 - - 아마도 - "


명자는 얘기를 하면서 지훈의 흔들리는 눈 빛을 보았다.


"오빠 - - 신경 쓰지마 - - 이건 내 생각이고 - - 아닐 수도 있고 - - 별 거 아냐.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자신의 인생이 허무하고 가엾다고 느껴진대 - - 아마 그래서 일지도 - - "


명자는 지훈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누구에게 물어 볼 수 없는 서로의 문제들도 같이 생각 해주고, 말 해주고, 위로 해주고, 그렇다고 꼭 좋은 방법을 찾는 건 아니지만 실컷 얘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고마운 일이다.


"궁금한데 - - 넌 연애는 하고 사냐?"

"글쎄 - - 그 게 가장 큰 고민이야 - - 다른 건 다 잘 하는데 - - 그건 잘 못 하겠어 - - "

"완전 바보구만. 연애도 이쁠 때 하는거야 - - "

"그러게 - - 난 왜 그런지 몰라 - - 자꾸 사람들 단점만 보여 - - "

"그게 문제네 - - 좋은거만 봐야지 - - 이건 이래서 좋구 - - 저건 저래서 좋구 - - "

"모르겠어 - - 처음 본 사람도 단점만 눈에 확 꽂히는 거 있지. 아무래도 난 이 시대에 안 맞는거 같아 - - 차라리 옛날에 태어났으면 연애 없이 바로 결혼할텐데 - - 그러구 그냥 팔자려니 하고 살텐데 - - 그치?"

"기다려 봐 - - 지금 너에게 오구 있을지 모르니 - - "

"그럴까? 너무 늦지 않기를 - - 내가 지쳐 돌아서지 않기를 - - "


지훈에게 털어 놓고나니 그래도 가슴 한 쪽이 좀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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