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연애에 바쁜 숙희와
신혼에 더 바쁜 인숙이. 명자는 가슴에 찬바람이 불었다.
날씨가 좋으면 뭐 하랴? 황금연휴가 왜 황금연휴인지 - - 모두 남 얘기였다.
생일도 반갑지 않은 34살. 아직은 꽃 같은 나이련만.
어쩔거냐 닥달하던 엄마도 잠시 소강상태. 소개팅이다 뭐다 신경 써 주던 친구들도 저만의 생활이 바빠져 소원해지고. 우울감에 빠져 지내던 윤지도 해외봉사로 나라를 떠나버리고 - - 이래저래 외톨이가 된 기분. 몸과 맘이 함게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오빠 - 난 말이지 - - 사실 결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 - - 별 기대감도 없고 - - 환상도 없어 - - 그냥 좋은 사람 만나면 아이 하나 낳고 싶어 - - 그렇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 - - 내 인생은 내 식대로 살고 싶어. 그냥 조명자로 - - 근데 엄마 노릇은 꼭 한 번 해 보고 싶거든. 날 닮은 아이가 날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막 두근거려 - - "
"이 철 없는 아가씨야 - - 아이한테 엄마가 필요한 것처럼 아빠도 필요한데 - - 그건 어쩔거야? 가정이란 울타리도 있어야 하구 - - 이제 보니 철이 덜 들었구만 - - "
"사랑에 유효기한 있다는거 오빠 알아?"
"그거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야 - - 어디 결혼생활이 사랑으로만 사는것도 아니고 - - "
"그러니까 - - 오빠는 힘이 드는거야. 아무튼 난 사랑 없이 힘들게 사는 것 보담 사랑이 없을땐 각자 사는게 맞다고 봐 - - "
"봐라봐라 - - 시대에 안 맞는 얘기 또 하네 - - 빛과 그림자가 짝이듯 사랑과 괴로움도 짝이거든. 하나만 선택 할 수 없다구 - - 그리구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 노릇이 아냐 - - 책임 질 일은 책임 지면서 살아야 하니까 - - "
"그러니까 싫다구 - - 그런 결혼은 싫다니까 - - "
냉혹한 칼바람이 불었다.
유난히 추위도 많이 타고 겨울을 힘 들어 하는 명자는 요즘 가게 일까지 심드렁해졌다.
뭐를 해도 신나질 않고 자꾸 맘이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지훈에게 자꾸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가정이 있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
더구나 지금의 생활로도 충분히 힘 들어 하고 있는데 나조차 그에게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곧 연말이다. 새해가 또 시작이다.
모두들 가족과 애인과 - - 즐겁겠지 - -
나도 엄마도 있고 언니도 있고 조카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 - 왜 가슴은 텅 빈 것처럼 시려올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