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12-23. "오빠 오늘 뭐 해?


혹시 나한테 시간 좀 줄 수 있어?"

"왜? 무슨 일인데?"

"아니 - - 그냥 - - 안 되겠지?"

"지금 아내하고 아이가 처가에 있어 - - 그래 저녁이나 먹자"


오늘따라 술이 술술 - 넘어갔다.

술은 취하지 않고 정신은 점점 멀쩡해지는 느낌이다. 그냥 세상이 슬퍼지고 있었다.

행복한 세상에서 저혼자 따돌림 당하는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오빠 - - 내 소원이 뭔지 알지?"

"또 또 아가씨가 이상한 소리 한다 - - 그건 아니라 했지 - - "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들어봐 봐 - - 어디서 이상한 사람 만나는 것보다 역시 오빠가 낫겠어 - -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 - 그건 내가 봐 줄께. 오빠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어 - - 그거면 됐어 - - 그게 젤 중요하지 뭐 안 그래?"

"너, 너 술 취했다 - - 집에 가자 바래다 줄께"

"오빠가 안된다하면 나 아무하고 막 잔다 - - 그래도 되지? 어쩐지 오늘은 그냥 넘기기 싫다구 - - 나도 내가 아깝다구 - - 그러니 어쩔거냐구"


그 밤이었다.

그 날 밤, 명자와 지훈은 가게에서 잠 들었다.

처음엔 명자가 치근대고 매달리고 그랬는데 - - 어느 순간 지훈의 진지해진 눈 빛을 보았다.


빨리 겨울이 끝났으면 바랬다.

동화 속 심술 아저씨처럼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명자는 설 준비로 바빠진 엄마와 시장, 마트 이 곳 저 곳을 다니느라 분주했다.

평소 명자는 기름에 볶은 반찬이나 튀김 종류, 전 종류는 거들떠 보지 않았다.

먹성이 좋은 명자였지만 그런대로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는 건 그것이 큰 이유중 하나였다.


"아니, 얘가 왜 이래? 생전 안 먹던 전을 주워 먹고 - "


엄마의 지청구를 듣고, 순간 명자는 멈칫, 가슴이 쿵쿵 - 뛰었다.

그랬다. 그 밤, 꿈은 이루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