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명자야 -
오해 말고 들어 - - 나 - - 우리 집 사람하고 헤어져야 할까 봐 - - 내가 너무 힘이 들어 - - 숨 쉬기가 어려워 - - 의심병이 심해져서 - - 아이한테도 못 할 짓이구 - - 병원에 가보자해도 말을 안 들어 - - "
아이 엄마는 근거 없는 의심을 끝도 없이 한단다. 오빠만 괴롭히는 게 아니라 본인도 수렁에 빠져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을 끝내야만 자기도 살고 아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오빠 - - 그거 병이야 - - 아픈 사람한테 헤어지니 어쩌니 하는 건 아니지 - - 힘 들어도 오빠가 잘 해 봐 - - 어떤 여자도 엄마 보다 더 아이를 사랑 할 순 없어"
"그렇지? 그런거지? - - 그러면 안 되는거지?"
"오빠한테 견디라고 한다면 그것도 잔인한 일이지만 어쩌겠어 - - 아픈 사람도 있는데 - - "
"그래 - - "
"좋았을 때를 생각해 봐 오빠 - 한 때는 서로 사랑했을꺼 아냐?"
"그래그래 - - 꼬맹이가 제법이네 - - "
슬픈 사랑은 싫다. 아픈 사랑은 더 싫다.
차라리 사랑을 하지 말 일이다.
자유롭고 편한 싱글이 좋을 때도 있구나 - - 명자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9월 9일. 인숙이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사실 이 날은 명자가 잡은 날이다.
"난 이 담에 9월 9일 결혼 할꺼야 - - "
학창시절, 명자가 외쳤는데 친구들이 나도 나도 해 버렸다.
고 1학년 9월 9일. 그 날 아침, 청명한 하늘을 보며 무거운 일상이 힘 들고 지루해서 그냥 한 번 해 본 말이다. 말 하고 보니 그저 이유 없이 좋아지기도 했다.
단짝 친구 숙희와 명자는 덩달아 마음이 바빠졌다.
숙희는 자신도 곧 할꺼라면서 이번에 단단히 봐 두겠다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명자는 신경을 쓰기도, 안 쓰기도 어중간해서 그냥 빨리 결혼이 끝나기를 바랐다.
피곤한 심정이 되어 저 혼자 우울해지기도 했다.
"오빠 - 오빠는 어떤 맘으로 결혼했어?"
"글쎄 - - 뭔가에 씌였지 뭐 - - 집 사람이 사실 첫 사랑이기도 했고 - - 매사에 조심조심 신중하던 내가 왜 그렇게 성급하게 했을까 - - 봄에 만나서 가을에 결혼했으니 - - 지금 생각해도 좀 - - 그렇기는 해. 그 때 아버지가 아프셔서 어른들이 서두르기도 했고 - - 내가 좋다고 집까지 따라 온 여자를 어떻게 싫다고 해?"
"오 - - 언니가 멋있는 사람이네 - - 용기 있는 사람이 사랑을 쟁취한다는데 - - 정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