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 지인 동생과
경험 많은 선생을 섭외하고, 명자도 기초반 수업을 맡았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컴퓨터 수업을 비롯해 보습학원 겸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지훈도 구역을 더 맡게 되어 두 사람은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명훈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와서 명자와 하루종일 같이 지냈다.
"도대체 오빠는 뭐야? 명훈이한테 아빠 노릇을 해 줘야 할 거 아니냐고?"
"니가 엄마 노릇이 하고 싶다며? 원래 내 역할은 없는 거 아니었어?"
맞는 말이다.
명자는 맘 속에서 지훈을 지우기로 했다.
"엄마 - 왜 엄마는 아빠를 미워하는거야? 난 아빠가 좋은데 - -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면 난 아빠랑 살래 - "
"엄마 아빠는 명훈일 정말 정말 사랑해 - - 그냥 사랑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야 - - 니가 어디에 있든 엄마 아들이고 아빠 아들이야 - - 넌 아직 미성년이고 엄마 도움이 필요하니까 - - 니가 성인이 되면 그 때 가서 결정해 - - "
명훈은 외로움을 많이 탔다.
엄마는 속도 모르고 아이를 더 낳으라고 성화였지만, 그건 계획에 없는 일이다.
쾌활한 명자 보다 조용한 지훈을 많이 닮은 명훈은 커갈수록 말이 없어졌다.
어릴 적, 진저리 치며 엄마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던 정 많던 아이가 - - 무슨 생각을 하는지 - - 통 알 수 없게 변해갔다.
명훈은 중학생이 되자, 집 밖으로 겉돌며 명자를 멀리했다.
명자는 명훈 생각에, 지훈 생각에 잠 오지 않는 밤이 많아졌다.
한 잔 두 잔, 남 몰래 술이 늘었다.
모두들 돌아간 텅 빈 학원. 따로 거주하는 집이 있었지만 명자는 돌아가지 않았다.
"엄마 - 나, 집"
명훈도 세마디면 전화 끝이다.
듣고 싶은 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이런 일 저런 일 속닥거리며 희희낙낙 하고 싶지만 그건 명자 생각뿐. 세상 모든 아들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텐데 - - 새삼 명훈이 야속했다.
"명훈아. 엄마야 - - 할 말 있어 - - 끊지 마. 명훈이는 엄마를 사랑해? 그러니까 엄마 걱정을 하느냐고? 엄마가 어떻게 사는지 - -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 - 그런 게 궁금하지 않냐고?"
"그런 말 하지 마. 엄마가 애야? 엄마는 항상 바쁘고 - - 뭐 잘 살고 있잖아 - - 그리구 술 먹고 전화 좀 하지 마"
"명훈아. 그게 - - 그러니까 - - 명훈아 명훈아 - - "
전화는 벌써 끊어졌다.
이미 명훈은 '사춘기' 강으로 들어간건가 - -
가슴으로 시린 바람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