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17-23. 여전히 명자는


지훈이 남편이라기 보다 오빠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왜일까 - - 이상했다.

한 번도 가슴 뜨겁고, 설레고, 두근대는 진짜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자신이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함께 보낸 세월도 있고 밥 정, 잠 정도 있는데 - - 아무튼 명자 맘이 그랬다.

'내 인생, 이대로 좋은건가 - - '


알 수 없었다.

명훈은 지훈을 꼭 닮았다.

손 발이 큰 것도, 키가 쑥쑥 자라는 것도, 은근 예민한 것도, 속 마음 보드라운 것도.

놀다 같이 잠든 걸 보면 새우깡처럼 옆으로 나란히 누운 것이, 여지없이 판박이다.

명자는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그의 딸이 생각났다.

명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버거웠다. 스스로 사랑이 부족한 사람인건가 생각한 때도 있었다.

명훈은 아니지만 지훈을 사랑하는 것은 일이었다. 맘이 절로 가는 것은 아니어서 스킨십도 어색하고 어려웠다. 그의 딸이 아빠를 못 본다고 생각하면 애잔하고 맘이 쓰였지만 내 집에서 그의 딸과 같이 사는 건 명자에겐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맘이 가지 않은 일을 매일 하자면 명자 스스로 지쳐 떨어질 것이 뻔했다.

며칠 전, 딸을 보고 온 지훈이 많이 지쳐보였다.


"데려오고 싶어?"


순간 지훈의 눈이 커졌다. 명자는 금방 후회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지훈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즈음, 명자는 가게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생각이 많아졌다.

근처 대형마트도 생기고 '이너웨어 본사 직영점'까지 들어서고 보니 재래시장 안에 있는 명자 가게에 손님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다른 일을 생각해 봐야 하는건지 아니면 업종을 바꾸어야 할지 - - 고민이 되었지만 가게를 접기로 결정했다. 다행이 큰 손해 없이 가게를 정리하고 이 것 저 것을 알아보다,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컴퓨터 학원을 인수했다.


지훈은 자기와 상의하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나타냈지만 이건 명자의 일이었기에 명자가 결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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