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16-23. 난 언제쯤


내 인생을 살 것인가?

예전부터 해 온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도 자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었다. 자기주도적 삶, 언제나 화두였다.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어느정도 아이가 스스로 자기 일을 해 나갈 수 있을때까지는 옆에 있어줘야 하겠지만, 그 때가 언제일까?

그러면 내 나이 오십에? 그 때쯤이면?


얼마 후, 지훈이 수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치고, 날개 다친 새처럼 지친 모습으로 나타난 지훈은 눈 빛이 깊어졌다.

한동안 지훈은 일에 열중했다.

예전에 잘 하지 않던 장거리 운송도 맡아 며칠씩 지방으로 돌았다.

딸에게도 명훈에게도 해줄 건 경제적 뒷받침 뿐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몸을 아끼지 않고 일에 매달렸다.


명자는 필사적으로 일 하는 지훈이 못마땅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제 몫의 인생이 있을 터, 아무리 부모라 해도 대신해 줄 수 없는데, 오히려 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놀아주고, 손 잡아주고, 눈 맞추고, 얘기하고 그런 시간이 소중한데, 그 시간들을 돈 버는 일에 아깝게 써버리고 있으니 - -

명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배 놔라 감 놔라 간섭하는 것도 싫고, 누가 나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것도 절대 싫지만 지훈은 남이 아니지 않은가? 사랑하는 아들 명훈의 아빠이니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주는 건 당신이 해 - -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명훈이지 내가 아니잖아 - - 그러니 내 걱정은 안 해도 되"


맞는 말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도 명자는 지훈에게 몰입한 적은 없었다.

어쩌다 가족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지훈을 사랑해서 가족이 된 건 아니었다.

지난 해, 명자 생일. 11월 30일.


"올해도 그냥 지나가네 - - 난 언제쯤 너한테 프로포즈 받아보냐?"

"무슨 말이야?- - 그게?"

"우린 같이 살고 있지만 가족은 아니잖아 - - 난 명훈이 아빠지만 집사처럼 살잖아 - - "

"그게 어때서? 왜 원초적 욕망땜에?"

"아니 그건 됐고.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몸은 사양 - - "

"뭐야? 그럼 사랑에라도 빠지라고?"

"너무 가까이 있으니 그리운 줄 모르나본데 - - 내가 잠시 떠나볼까?"

"그건 오빠가 더 안 될껄 - - 우릴 두고 어디라도 갈 수 있으려나 - - "


오랜만에 명자와 지훈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냥 옛날처럼 이 말 저 말 풀어놓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 날 이후, 자연스럽게 명자와 지훈은 부부처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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