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3. 지훈은
아빠 노릇에 푹 빠져 지냈다.
오히려 명자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선물처럼, 작은 천사 명훈이 온 뒤로 명자도 지훈도 '하하' '호호' 웃음이 많아졌다.
딸 생각에 지훈은 가끔 어두워졌으나 딸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성심껏 하고 있었다.
언제든 보고 싶으면 만나러 가기도 했고, 어느 날은 명자 집에 데려오기도 했다.
평화로운 나날이다. 명자는 가게 일로 여전히 바쁘고, 다른점이 있다면 가게에 직원이 생긴 일이다. 아무래도 명자가 가게 일로, 집안 일로 힘 들다보니 도와 줄 사람이 필요했다.
명훈은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명자는 보기만해도 뿌듯하고 든든하고 가슴이 먹먹해져, 튼실하게 잘 자란 아들을 틈만 나면 부둥켜 안았다.
"숨 막혀 - - 엄마. 사랑해 - - 많이많이 - - 하늘땅만큼 - - "
명훈은 냉큼 사랑고백을 하고 도망쳤다.
지훈은 가까운 거리로 이동할 때면 늘 명훈을 데리고 다녔다.
지인들은 아들 자랑한다고 놀려댔지만 지훈은 상관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많이 보여주고, 무엇이든 많이 가르쳐 주고 싶다고 조바심 냈다.
자꾸 끌어 안고, 볼을 부비고, 머리를 헝크리고, 궁둥이를 펑펑 쳐댔다. 걸핏하면 명훈이를 어깨에 올리고 걸쳐메고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명훈은 싫은 내색은 커녕 놀이로 여기는 듯, 툭하면 아빠 손과 발에 제 손 발을 대보며 감탄했다.
"우와 - - 와 - - "
"아빠 최고 - - 울 아빠 최고 - - "
엄지 척, 손을 흔들었다.
역시 딸을 키울 때 하고 많이 다르다고 했다. 딸은 여리여리해서 제대로 맘 껏 안아보지 못했단다.
딸 아이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내 눈치 볼 꺼 없어 - - 맘 가는대로 해 - - 지금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면서? 오빠가 가서 돌봐주고 싶으면 그렇게 해 - - 오빠 맘이 편해야 내 맘도 편해 - - "
지훈은 경기도 어디쯤에 있는 요양원으로 떠났다.
자신의 '업'이려니 - - 지훈은 자신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렇게 했다.
한 때는 자신을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자신의 맘이 그와 같지 않더라도 마지막 그 사람 인생을 쓸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명자는 지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