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20-23. 그럼, 뭘 하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산다는 건, 어쩐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이 것을 하면서 저 것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이 것과 저 것 중에 선택을 하고 집중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명훈이도 많이 컸지? 너 닮았으면 똑 소리 나겠는걸 - - 신랑은 돈 잘 벌어 오구?"

"그런 얘기 말고 니네 얘기 좀 해 봐"

"내 얘기가 따로 어딨어? 애들이랑 신랑이랑 다 그렇게 사는거지 - - 요새 애들이 말 안들어서 죽겠다야 - - 내 인생관이고 뭐고는 애저녁에 다 날아갔다 - - "

"그렇게 살아도 아무렇지 않아? 아무렇지 않냐구?"

"그래그래 - - 고민 할 시간도 없어. 바빠바빠 - - 신랑이 잘 나가는 게 내가 잘 나가는거구 내 자식이 잘 되는 게 내가 잘 되는거야 - -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있는데 - - 너 그거 못 느껴? 애들이랑 신랑이 속 썩이다가도 얼마나 사랑스럽다구 - - 나도 내가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사람인줄 몰랐다니까 - - "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윤지를 만나봐야지 - - 그 친구라면 다를지도.

오랜만에 본 윤지는 싱그럽게 빛이 났다.


"나 - - 연애하고 있어 요즘. 잘 되면 결혼할지도 몰라 - - "

"넌 선교사업도 오래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그래서 - - 결혼 같은 건 안 할줄 알았는데 - - 근데 잘 됐다. 정말 - - 축하축하"

"내가 세상 바쁜척하고 살아봤지만 결론은 혼자 외롭게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거야 - - 나 - - 그동안 니네들 속으로 엄청 부러워했다"

"그럼 결혼이 그렇게나 가치있는 일이라는거야?"

"음 - - 내가 보기에는 - - 알콩달콩 잘 사는 결혼은 열 박사 안 부럽다 결론은 그거야 - - "

"니가 그동안 해 온 공부가 아깝잖아"

"형편이 되면 써 먹을 수 있는거구 - - 아니면 말구 - - 그동안 질리도록 실컷 해 봤으니 - - 미련은 없다"

"그런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왜? 너 고민 있구나? 큰 그림을 그려 봐 - - 그럼 답이 나와"


명자는 잠시,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 - 할 수 있는 거 해 가면서 - - 살다 보면 다른 보람도 있지 않을까 - -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지훈씨. 우리 평범한 가족처럼 살아 볼래?"

"그렇게 결정한거야? 정말?"

"응. 일단은. 그렇게 살아보려구 - - "

"좋은 소식이네 - - 빨리 명훈이한테 말 해 줘야지. 아마 엄청 좋아할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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