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3. "그동안
아들이랑 내 욕 많이 했지?"
"그럴리가? 우리 명자여사님을 누가 감히 - - 불경하게 - - 하하하"
"그럼 무엇부터 해야 되지?"
"먼저 나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도 하고, 집도 새로 구하고 - - "
"뭐? 할 일이 그렇게 많다구?"
"그럼 시작하는게 쉬울줄 알았어?"
컴퓨터학원은 강의하고 있는 선생에게 넘겼다.
지훈이 우겨서 집을 새로 구했다. 옆 동네에 작은 주택을 샀다.
지훈이 그동안 모았던 돈을 아낌없이 털었고, 명자는 가구를 새로 사들였다.
아들 방을 꾸몄고 안방과 거실 주방을 꾸몄다.
살림살이를 몰랐던 명자는 과연 살림살이도 나름대로 깨알같은 재미가 있음을 알았다. 손이 가면 간대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렇게 저렇게 맞춰보고 어울리게 꾸미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놀이 같았다.
내가 먹는것 보다 맛있게 먹어주는 두 남자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안먹어도 배 부르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이런 맛에 여자들이 살림을 살면서도 보람이 있다고 주장을 하는군'
이 구석, 저 구석,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심심할 틈이 나질 않았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친구의 말도 이해했다.
결혼식을 하고 싶어했던 지훈을 겨우 달래 웨딩촬영만 했다.
지훈은 다정한 아빠 다정한 남편이 되었고, 명훈은 명자를 보기만 하면 잔소리하는 '잔소리쟁이 대마왕'이 되었다.
"엄마 - - 내 방은 커튼 싫다고 - - 깔끔한 버티컬이 좋다구요. 내 취향을 존중해 달라고 좀 - - 내 방에 들어 올때는 언제나 노크를 하라구 노크노크 오케이? 과일은 한꺼번에 많이 사면 안된다고요. 먹을거만 한 가지씩 오케이? 나중에 시든거만 먹어야 한다니깐 많이 사면. 반찬도 많이 하지말고 - - 새로운 거 한 두가지씩 바로 해서 맛있게 먹자 엄마 - - 많이 하면 맛 없어진다구요 - - "
아들 잔소리가 끝이 없다. 지훈은 옆에서 고소하다는 듯 '킬킬' 댔다.
부자가 짝이 맞아 명자를 놀려먹었다.
"명훈아 - - 그만그만. 스톱. 더 하면 엄마 삐진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