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 지훈이 분쟁에 휘말렸다.
동생처럼 10여년간 같이 일 해온 창식씨가 지훈을 사칭, 화물회사와 화주들에게 사기를 쳤다.
당장 고소를 취하 하려면 수억이 필요했다. 당사자인 창식씨는 동남아 어딘가로 달아나고 없었고 가족이라야 노모 한 사람만 있울뿐.
평소 심성 바른 동생이라고 모든 걸 맡기고 믿어 온 결과, 참혹했다.
명자는 휘청, 온 우주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지훈은 이혼을 종용했다.
일단 자신이 해 볼 만큼 해 보겠지만, 명자 명훈만큼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법원에 가서 그대로 말하면 되. 니 소신대로 - - 결혼하고 싶지 않았으나 아들 때문에 하게 됐구 해 보니 안하는 것이 좋았다구. 지금이라도 다시 남이 되구 싶다구 - - "
명자는 울고 싶었다.
자신의 오만함으로 지훈이 대신 벌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아닌데 - - 이런 게 아닌데 - - 친구 윤지 말처럼 누구나 '인생 눈물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도 안되는 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사는 게 다 그러니라 - - 진 길, 마른 길 지나야 편한 길도 나오니라 - - '
엄마 말씀이 진리인가.
평생 꽃 길만 걸을 수 없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지만 지훈이 60을 바라보는 늦은 나이에 사기에, 재판에, 경매에 어쩌면 구속까지 - -
꿈이라면 악몽이다.
명자는 그동안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픈 욕망을 남몰래 키웠다.
자신만의 일터를 가지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슴 설레고 두근대는 그런 일상을 갖고 싶었다. 젊을 때와 다르게 돈 벌 욕심이나, 뭘 이루고자 하는 성취감보다는 하루하루 보람차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쓰고 싶었다. 힘이 된다면 가까이 있는 이웃도 도울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먼 이웃도 도울 수 있으리라.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것처럼, 남들도 행복하길 바라면서 이쁘게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