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오 동주. 87세.
동주는 까무룩, 낮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어릴 적, 자신을 키워 준 외할머니를 만났다.
엄마만큼은 아니어도 외할머니한테도 많이 맞았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화가 많았다. 별 일 아닌 걸로 곧 잘 아이들을 두들겨 팼다. 동주뿐 아니라 이웃에 사는 경자도 매일 매를 맞고 울면서 동주를 찾아왔다.
철이 들기 전부터 정을 주지 않던 엄마는 지금도 그립지 않다. 어미 대신 동주를 품어준 외할머니는 가끔 보고 싶었다. 시집 간 큰이모는 잘 모르겠고, 어쩌다 보는 작은 이모랑 외삼촌은 정말 좋아했다. 보드랍고 다정했던 이모와 외삼촌. 아버지가 없던 동주는 외삼촌이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철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언제 만나도 '배 고프지?' 하면서 동주 손에 뭔가를 쥐어주곤 했다.
꿈에서 외할머니는 동주에게 뭔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으려면 가까이 다가가야 했지만 웬일인지 동주는 자꾸 뒷걸음 치고 있었다. 외할머니 말을 안 들으면 부지깽이로 두들겨 맞았는데, 지금처럼 부르는데 빨리 가지 않으면 당연히 매를 맞았다. 외할머니는 오라는건지 가라는건지 손 짓을 하고 있었는데 - - 동주는 끙끙대다 잠에서 깼다. 등줄기로 식은 땀이 주르르 흘렀다.
잠이 깬 채로 눈을 떴지만 가슴 한 켠으로 서운함이 고였다. 오늘 꿈에서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정이 없는만큼 엄마도 나에게 정이 없는걸까? 아무래도 그 건 아닐 것이다.
나도 자식을 길러 봤지만 눈에 밟히지 않는 자식이 어디 있던가? 잘난 놈은 잘난대로, 못난 놈은 못난대로 마음 쓰이는 게 당연한 걸. 이상하게 엄마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외할머니보다 엄마랑 지낸 시간이 더 많았는데 엄마 얼굴이 흐릿했다.
생각 해 보니 엄마 인생도 정말 불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