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외할아버지는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딸 셋, 아들 하나. 외할머니는 어떻하든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았다. 땅 한 쪽 없이 남의 땅에 농사를 지었다. 개도 기르고 닭도 기르고 돼지도 길렀다. 자식을 키우고 짐승을 키우느라 손 발이 닳도록 수레를 끌고 또 끌었다. 도둑질만 빼놓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가며 억척스럽고 고단하게 평생을 살았다.
이웃동네, 땅 좀 있고 농사가 제법 된다는 어느 집에서 중신이 들어왔다.
이태전에 큰 딸을 치우고 둘째 차례였다. 정혼을 하고 보니 신랑 될 사람이 폐병쟁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외할머니는 마음이 아렸다. 혼담을 취소해야 마땅하지만 사돈집에서 넘겨준 밭과 논 마지기가 있었다. 잘만 하면 아들놈 공부도 시킬 수 있고 막내딸년 또한 시집을 보내야 하니 - - 먹고 살 길이 생기는 건데 욕심이 났다. 매일 울기만 하는 둘째 딸을 불렀다.
"시집가기 싫어서 그려?"
"폐병쟁이라며 - - "
"누가 봤대? 누가 봤어?"
"그려도 - - 다 들 - - "
"인명은 재천인겨 - - 니가 가서 잘 허면 오래 살 수도 있어 - - "
"힝 - - 누가 모를 줄 알고 - - 땅때미 그러는 거 - "
"안 그러면 어미가 천년만년 끼고 살까? 말이 났을 때 후딱 안 가면 시집도 못 가. 이것아 - - "
"그려도 - - "
"암말 말고 가 - - 어미가 좋다는 약 얼마든지 구해줄께. 엄마 말 들어 - - "
"그려도 - - "
엄마는 사납게 대들지도 못하고 울다가 시집을 갔다.
시가에는 시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들 둘. 딸이 하나.
시아주버니는 아버님과 같이 과수원이며 논 농사, 밭 농사를 하고 있었고 딸은 시집을 갔다.
신랑은 둘째였는데 하루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병약하고 골골거려 그저 살아주기만 바랬던 아들이다. 학교도 다니다 말다 지식도 없었고, 기운 쓰는 농사 일 한 번 거든적 없는 환자였다. 소문처럼 폐병쟁이는 아니었지만, 안사람을 사랑 할 줄도 아껴줄주도 모르는 천하태평 게으르고 쓸모없는 인간, 모지리였다.
엄마는 아버지를 벌레 보듯 싫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