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시집은 왔지만,
신방에 들어가 자는 걸 끔찍하게 싫어해서 밤만 되면 일꾼들 방으로, 부엌 옆 헛간으로, 곡식을 저장하는 광으로 도망을 다녔다. 졸음에 겨워 구석에서 잠이 들면 일꾼들이 업어 신랑이 있는 방으로 들여갔다.
어찌어찌 딸을 낳았다. 동주다.
딸을 낳았지만 엄마는 시가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겉돌았다.
일 잘하고 듬직한 시아주버니를 보면 자꾸 자신의 신랑과 비교가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사는 신랑에게 아무런 기대감도, 지아비 정도 갖을 수 없었다. 시아버지가 계실때야 그럭저럭 살겠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독립해서 살아야 할텐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내는 신랑이 더 없이 한심하게 보였다.
형님이 아들이 생기면 달라질거라며 넌즈시 운을 뗐다.
엄마는 음식에도 신경 쓰고, 이렇게 저렇게, 어쨌든 아이를 갖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적반하장, 이번엔 신랑이 피해 다녔다.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싫다는 것이다. 동주가 아무리 이쁜 짓을 해도 돌아 보지도, 곁을 주지도 않는 애비였다. 애초에 사람이라면 자기 새끼는 이쁜 법인데 몸이 허술한 것처럼 맘도 허술한 인간이다. 엄마는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 집 밖으로 나돌았다.
밭 일도 싫고, 과수원 일도 싫었다. 부엌 일도 싫고, 동주를 키우는 일도 시큰둥했다.
손 위 형님과도 사이가 틀어지고 걸핏하면 집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당연히 한심한 인간 챙기는 일도 하지 않았다. 동네 품앗이로 이 집 저 집 돌며, 푼 돈을 챙겨 제 멋대로 쓰고 돌아다녔다. 말이 없고 순하던 둘째 며느리가 조심성 없고 고집 세고 자기 식구들조차 잘 안 챙기자 시아버지가 대노하셨다. 빈 손으로 너희 식구들 모두 쫒아낼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로 둘째 아들을 내치지 못 할걸 잘 아는 엄마는 거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