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그런 와중에,
한창 이쁘고 사랑 받아야 할 동주는 남루해져갔다.
짧아진 옷소매, 짧아진 바지, 맨 발로 초겨울을 맞았다. 아무도 동주를 챙기지 않았다. 어쩌다 엄마가 밥을 주기도 했지만 주로 큰 집 언니가 동주를 챙겼다. 그래봐야 동주보다 네 살 많은 사촌언니였는데 어른들이 챙기지 않는 동주를 불쌍하게 여겼다. 당연히 큰엄마도 동주를 싫어해서 언니가 몰래 몰래 조금씩 먹을것을 가져다 주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 동주는 몸도 약하고 키도 작았다.
동주가 5살 되던 봄, 아버지가 죽었다.
원래 명이 그 뿐이었는지 그래서 아이를 안 낳으려고 했는지 모른다는 말이 어른들 사이에서 오갔다.
엄마는 아득해졌다. 신랑도 없는 시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신랑이 죽다니 - - 신랑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깜빡 잊고 살았다는 게 자신도 놀라웠다.
원래 골골하는 사람이었지만 일 년이면 봄 가을로 보약은 최고 좋은 걸로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먹고, 온갖 몸에 좋다는 건 시어른이 자신도 안 먹고 둘째 아들 입으로 다 털어 넣지 않았던가?
이렇게 허무하게 급작스럽게 죽을줄은 몰랐다.
엄마는 처음엔 눈물도 안 나와서 욕도 많이 먹었다. 나중에는 자신의 팔자를 생각하니 스스로 불썅해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그 해 가을, 추수가 끝나고 과수 농사도 끝났다. 드물게 대풍이다. 그 해는 비도 적었고, 바람도 적었다.
봄에 둘째 아들을 보내고 시아버지는 병석에 누웠다.
자식을 앞세우고 몸과 맘이 허물어졌다. 항상 눈에도 안차고 맘에도 안차는 자식을 보내고 나니 이제 갈 일만 남은 것 같았다.
시아버지는 둘째 며느리를 불렀다.
"니가 시집와서 정 붙이지 못 한거 잘 안다. 너도 사느라 - - 애썼다. 이제 너는 친정으로 돌아가라. 동주는 아직 어리니 니가 - - 데리고 가도 된다. 식량은 대주마. 잘 키워라 - - "
엄마는 눈물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