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 시아버지 말씀은
구구절절 다 옳고 다 맞았다.
한 번도 속 정을 내보이지 않았지만 시어른은 다 알고 계셨다. 진작 한 번만이라도 '내가 다 알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살아봐라' 그렇게 한마디만 해 주셨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뒤늦게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없이 산다고, 한심하다고 신랑을 타박했지만 자신 또한 한심한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았을까? 매일 팔자타령 신세타령만 했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자신이 더없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마당 한 구석에서 제 사촌과 놀고 있는 동주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엉성하지만 키도 많이 커졌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며느리 노릇, 안사람 노릇,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했네요. 죄송합니다 - - 부끄럽습니다. 동주는 놔두고 가겠습니다. 지는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 - "
"흠, 흠. 동주가 많이 힘들낀데 - - "
시아버지는 별 다른 말씀을 안 하셨다. 마당으로 나서니 쭈뼛쭈뼛 동주가 일어서서 엄마를 쳐다봤다.
"동주야 - - 니는 여기서 할아버지랑 살아라 - - 알았지?"
"아니, 동서. 동주 나이도 어린데 델꼬 가야지 쫌 있으면 학교도 댕겨야 하구 - - "
"기집아가 무슨 학교를 - - 지는 동주 안 데리고 갑니다"
"아이고 참 - - 어메라고 - - 새끼를 버릴라카나 - - "
부엌에서 나오던 형님과 엄마가 또 언성을 높였다.
동주는 기가 죽어 슬그머니 문 밖으로 사라졌다.
방 안에서 '흠흠' 시어른의 기침소리가 나고, 언쟁이 멈췄다.
그랬다. 처음부터 정을 주지 않던 엄마였다. 항상 아파서 누워있는 아비야 그렇다쳐도 엄마도 동주를 감싸고 돌지 않았다. 윗 채 사는 큰 집 사촌들 근처를 맴돌면서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헐벗고 다니는 걸 뻔히 보면서도 못 본체했다. 신랑이 미우니 그 새끼까지 미운모양, 정을 주지 않았다.
새삼 엄마가 간다 해도 뗄 정도 없었다.
동주는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았지만 그냥 제 설움에 겨워 땅바닥에 떨어지는 제 눈물을 보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