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엄마가 외갓집으로
떠나고 난 후, 동주는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었다.
아무도 밥 때가 되도 동주를 찾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이듬 해 봄, 세상을 떠났다.
동주는 할아버지 장례식 때 대성통곡, 몇 날을 목이 잠기도록 울었다. 그냥 모든게 무섭고 서러웠다.
배가 고픈것도, 발가락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가렵고 아픈것도 다 참을 수 있었지만 밤이 되면 깜깜해진 온세상이 무서워서 저혼자 훌쩍였다.
막연히 엄마에게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큰 집을 떠나고 싶었다.
아무도 동주를 걱정해 주는 사람도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동주를 제일 걱정하던 사촌언니는 학교에 다니느라 동주를 챙길 틈이 없었다. 머리가 나쁜건지 공부가 떨어진다고 큰엄마한테 혼나는 걸 멀리서 보기만 했다.
그 시절, 동주는 도둑고양이처럼 살았다. 큰 집 식구들이 다 나가고 없으면 재빨리 부엌으로 숨어들어 남은 음식들을 먹었다. 어떤 날은 밥이 한 톨도 없어 김치만 먹은 날도 있었고 밥솥에 붙어있는 밥풀을 물로 헹궈먹은 날도 있었다. 큰엄마는 아예 동주를 모른 척 했고, 큰아버지는 큰엄마가 모른 척 하는 걸 못 본체 했다.
서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꽃샘추위가 매섭던 어느 봄 날, 동주는 변소에 빠졌다.
얼마전부터 삐그덕거리던 발판 나무판대기가 옆으로 기울면서 작은 몸이 그대로 똥통으로 빠졌다. 다행히 며칠 전, 밭에 거름을 내느라 많이 퍼낸 뒤였다. 그래도 일어서려고 버둥대느라 온 몸이 똥칠갑이 되었다.
큰엄마는 똥 하나도 제대로 못 싸냐며 온 동네 들으라는 듯 소리소리 질렀다. 수건 한 장 주지 않고 멀리 떨어진 개울로 가서 씻고 오라며 쫒았다. 이가 딱딱 부딪히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개울로 갔지만 너무 춥고 무서워서 울고만 있었다. 동네 혼자 사는 과부 할매가 그 꼴을 보고 혀를 찼다. 그 할매가 가마솥에 물을 데워 어찌어찌 씻겨주었다. 벗은 옷들은 성한 게 없다며 다 버리고 할매 치마를 몸에 감아줬다.
덜덜 떨면서 큰집으로 돌아왔지만 누구 하나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