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며칠이고 할머니랑
같이 있으면 엄마가 찾아왔다. 예전처럼 엄마와 외할머니는 싸우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두런두런, 웅얼웅얼, 깜깜한 밤에 자리에 누워 긴 얘기를 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엄마는 집에 가자고 동주를 앞세웠다. 동주는 가기 싫었지만 차마 '안가면 안돼요?' 묻지 못했다. 웬일인지 엄마 말은 잘 듣고 싶었다. 엄마가 속상해 하는 것도 화내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엄마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싶었다.
외할머니는 외삼촌을 결혼 시키고 같이 살고 싶어했다. 외삼촌이 결혼하고 일 년반을 같이 살았는데 그 사이 외할머니 속이 문드러졌다.
애지중지 아끼던 아들을 며느리가 이리저리 내돌리고, 온갖 험한 일을 시키는 걸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있자니 그만 홧병에다 속병까지 생겼다. 우리 농사 짓는 것도 모자라 남의 집 논 일이고 밭 일이고, 축사 짓는 일까지 쉬지도 못하고 일 다니다가 급기야 공사판에서 차에 받혀 다치기까지 했다.
그 일로 며느리하고 크게 감정이 상해 분가 하라고 소리쳤다.
백 프로 진심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들이 눈 앞에서 고생하는 건 보기 힘들었다. 세상이 변했는지, 원래 성정이 그러한지 시어머니에게 껌뻑 죽어지내는 며느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아들이 암 말도 안하고 제 식구들을 챙겨 나갈 때 외할머니는 혼자 눈물을 삼켰다. 이제는 아들도 며느리도 손님이 되었다. 일 년에 몇 번, 잠깐씩 들여다보았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돌아왔을 때, 내심 반가웠다.
혼자 사는 게 너무 외롭고 쓸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외할머니 생각이었을 뿐, 엄마는 외할머니를 용서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거는 건 엄마였다.
그래도 엄마가 장사를 다니면서 조용해졌다. 엄마가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어 지친상태로 집에 오기 때문이다. 끙끙 며칠씩 누워 앓는 때도 있었다. 동주는 아픈 엄마가 다시 장사를 나서는 걸 보고 슬펐다.
가지 말라고 잡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다만 자신이 빨리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돈을 많이많이 벌어서 엄마를 주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가 웃을까? 좋아할까? 혼자 상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