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 12살부터 동주는
옆 집 할매를 따라 날품을 나갔다.
어른 품삯의 삼분의 일만 받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 다녔다. 옆 집 할매가 주인에게 말을 잘 해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 강아지가 돈 벌러 가네 - - "
동주가 일을 나가면 외할머니는 끌끌 혀를 차며 측은해했다.
그즈음 외할머니는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파 겨우 집 안에서만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평생 몸을 혹사한 결과였다. 점점 동주는 외할머니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도 장사갔다 돌아오면 집에 가지 않았다. 동주는 다시 할머니랑 살게 되어 속으로 든든했다.
동주는 처음엔 옆 집 할매를 따라다니다 나중엔 혼자서도 곧 잘 일을 다녔다. 몸이 재바르고 눈치도 빨라 어른들 일손을 야무지게 잘 도왔기 때문이다. 붙임성 없고 낯가림이 있었지만 별 말 없이도 맡은 일을 제법 잘 해냈다. 돈을 받으면 반은 외할머니를 주고 반은 엄마를 줄 거라고 따로 모았다.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얼른 엄마가 돌아왔으면 바래기도 했다. 큰 걱정 없이 동주가 재미나게 살던 시절이었다.
얼마 후, 외할머니가 많이 아파 누워 지내게 되자 동주는 일을 많이 나가지 못했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돌보지 않았다. 병원 한 번 같이 간 적이 없었다. 동주는 외할머니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외할머니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누구나 늙으면 아프고, 아프면 죽게 마련이라고 이건 슬픈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동주는 슬프고 무서웠다. 다시 엄마와 둘이만 남게 될까 두려웠다. 동주는 외할머니를 힘 껏 보살폈다. 잘 드시지 못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매일 이 것, 저 것 죽을 끓이고, 죽을 다 드실 동안 그 앞을 지켰다.
외할머니 다리를 주무르고 팔을 주물렀다. 매일 요강을 비우고 옷을 빨았다.
"니껏도 빨아라 - - 여자는 특히 깨깟해야 혀 - - "
"내껀 안즉 깨깟해요 - - "
"동주야 - - 잘 들어라. 할미는 곧 죽을꺼여 - - 할미가 없드라도 기죽을꺼 없다. 씩씩허게 살어야 헌다 - - 불쌍한 니 어매 - - 부탁헌다 - - "
외할머니는 동주에게 죽는 것은 별거 아니라고, 누구나 죽는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동주가 받을 상처를 미리 걱정하고 가슴 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