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13-27. 동주는 이웃마을


여기저기로 일 하러 다녔다. 밭 일, 논 일, 축사 일, 과수원 일, 장 담그는 일, 빨래하는 일, 불러만 주면 뭐 든 다했다. 동주가 일을 다니자 엄마는 장사를 그만 두었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세상을 포기한 사람처럼 되는대로 살았다.

점점 엄마는 술꾼이 되었다. 술이 취하면 하루종일 울기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동네를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엄마와 전쟁이 시작됐다.


동주는 차라리 외할머니를 미워하고 원망하던 엄마처럼 엄마를 미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리 속상하고 화나고 가슴이 아파도 엄마가 미워지지 않았다. 그냥 엄마는 불쌍하고 도와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준다면 돈도 많이 벌어주고 싶었다.

엄마가 한 번이라도 행복해지고 그래서 함빡 웃는 걸 보고 싶었다.


22살이 되자 동주는 큰 공장에 다녔다.

돈은 벌어서 엄마에게 다 주었다. 자신은 멋 부릴줄도 꾸밀줄도 몰랐다. 동주 옷은 엄마가 장에서 사다 주었다. 동주는 엄마가 다시 조금씩 날품 일을 시작하자 한결 맘이 놓였다. 스스로 몸을 추스르고 단장을 하고 생기가 돌자 동주 또한 엄마처럼 생기가 돌았다. 어쨌거나 엄마가 장돌배기로 다녔을 때처럼 씩씩해지길 바랬다.

여전히 엄마는 동주에게 무뚝뚝하고 잔정이 없었지만 괜찮았다.


동주도 같은 직장에 친구도 생기고 또래 아가씨들이 그런 것처럼 약간 들뜬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동주에겐 꽃 시절이었다. 돈은 없지만 가난한 줄 몰랐고 엄마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처음 생각했다.


"만나 봐 - - 니가 시집을 가야 내 헐 일이 끝나는 겨 - - "

"무신 시집? 싫어 - - "

"니가 시집두 못 가구 있으면 넘들이 다 엄마 욕 혀 - - 딸년 돈 벌이만 시킨다구 - - "

"그려두 - - "

"엄마는 폐병쟁이한테는 억만금을 줘도 안 보내 - - 엄마 말 들어 - - "

"그려두 - - "


동주가 26살, 떠밀려 시집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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