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14-27. 또래보다


한참 뒤처진 결혼이다.

신랑은 34살 먹은 늙다리 총각. 대목수를 따라다니는 새끼목수였다.

한 번 일을 나가면 짧으면 열흘 아니면 보름이다. 눈꼬리가 새초롬하고 생긴 것이 매끈한 게 첨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엄마는 생활력 있고 처자식 건사한 줄 알면 된다고 했다. 니가 맘 주고 몸 주면 남자는 다 똑 같다고 했다. 뭐가 똑 같고 뭐가 다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동주는 남편이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차라리 더 좋았다.

한 번 집에 돌아오면 며칠동안 술판이다. 번 돈에서 반 절은 술 값으로 날아갔다. 더구나 비슷한 패거리들이 이 집 저 집 몰려다니며 노름을 했다. 동주 집으로 올 때면 동주를 술상에 앉혀 밤 새워 술시중을 들게 했다. 동주는 그게 진저리치게 싫었다. 풀어진 눈으로 흐트러진 매무새가 되어 제수씬지 술집 색시인지 끌고 당기고 난장을 치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상황을 말리지도 그치게도 하지 않는 남편도 결국 한 패거리였다.

동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남편은 아이들을 이뻐하기는 커녕 귀찮게 여겼다. 자신이 술 먹고 노름하고 제 한 몸뚱이 사치하는 돈은 아깝지 않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옷 사 입히고 반찬 사 먹는 돈은 구구절절 잔소리를 해댔다. 정말이지 남편이 아니라 원수였다. 동주는 차라리 남편이 없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애초 남을 걱정하고 아낄 줄 모르는 위인이다. 처자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돈이야 벌면 되니 그건 걱정이 아니다. 동주는 엄마를 찾아갔다.


"엄니 - - 아닌 것 같혀 - -"

"뭣이 아닌디?"

"광수애비 말여요 - - 인간 말종이라구 - - "

"니가 복에 겨운 소릴 하는 겨 - - "

"엄니가 몰라서 그려요 - - 인간되기는 틀렸다구 - "

"꼬박꼬박 돈 갖다 줘 - - 남정네가 일 허다 보면 술도 마실 수 있는 거구 - - 처자식헌티 애살있게 안 하는 건 원래 성격이 그런거 - - 워쪄? 그런 사람이 속정 있는 벱여 - - "

"엄니는 몰러 - - "

"왜? 니 혼저 적적하게 둬서?"

"그런거 아니라구 - - 암튼"

"그런 말 헐려거든 다신 집에 오지두 말어 - - 니가 살든 말든 내 죽거든 허든지 - - "

"엄니는 알지도 못허면서 - - "


동주는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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