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16-27. 그 후로


남편은 반 년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 다녀갔다.

대문 안쪽으로 돈 뭉치를 던져 놓고 말 없이 사라졌다. 그래도 새끼들이 맘에 걸린 모양이라고 동주는 생각했다. 몇 년간 나타나지 않을때는 아파서 운신을 못하는 게 아닌지, 사고가 난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찾아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 맘에 맞는 여자를 만나 잘 살았으면 - - 바랬다. 그냥 나를 잊어 주었으면 - - 그러면 차라리 맘이 편할 것 같았다.


큰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갔다. 작은 아들이 5학년, 막내 딸이 2학년.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지자 아빠는 왜 집에 없는지 궁금해 했다. 그냥 멀리 일 하러 갔다고 했다. 아이들은 아빠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저희끼리 수근댔다. 동주는 잠시 맘이 일렁였지만 남편을 다시 불러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즈음 동주는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밤엔 식당을 다녔다. 돈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갔다. 세상에 돈 만큼 믿음직한 건 없었다. 돈 만 있다면 세상 두려울 게 없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집도 사고, 밭도 사고, 논도 살 것이다. 애들도 좋아하고 동주도 좋아하는 사과 과수원도 살 것이다.

동주의 목표는 오로지 돈, 돈이었다.


큰 아들 광수가 고등학교 1 학년 때,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동주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차 밑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자신이 밀어낸 세월이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한 건 아닌지 스스로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듬직한 큰 아들이 동주를 감싸 안았다.


"엄니 - - 걱정 말어요 - - 지가 엄니를 끝까정 책임질테니께 - - "


다정한 아들이다. 광수는 아들이었지만 동주에겐 대들보, 기둥, 세상의 중심이다.

둘째 종수도 있었지만 광수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역시 맏이는 맏이였다.

언제나 동주 걱정을 했고 집 걱정을 먼저 했다. 반면 종수는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처지. 공부라도 그저 착실하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밖으로만 돌고 생각 없이 살았다. 얼굴도 성격도 제 애비를 꼭 닮았다.

동주는 형제를 차별 없이 똑같이 키우겠다고 맘 먹었으나 종종 차별해졌다. 하는 짓, 돌아다니는 꼴이 천지차이였다. 엇나가겠다고 맘 먹은 것처럼 종수는 속을 썩였다.

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동네 양아치들과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고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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