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7. 제발 조용히 살자구 - -
행복하지 않더라도 평화롭게 살구 싶다구 - - 하루하루 평범하게 사는 게 엄마 소원이라구 - - 동주가 가슴을 치며 말했지만 종수는 코웃음쳤다.
"엄니는 내 헌티 헐 말이 그 것 밖에 없어?"
더 사나워진 종수는 동주를 노려봤다.
"뭐라구? 이눔아. 안즉도 정신을 몬 차린 겨?"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백프로 엄니 때문인거 몰러서 그려?"
뜬금없는 종수 말대답에 동주는 아득하게 절망했다.
"내가 알었지 - - 내가 아부지 사진 봤거든. 나랑 아부지랑 딱 판박이대 - - "
동주는 입이 얼어붙었다. 머리속이 깜깜해져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엄니가 아부지를 쫒까 냈다며? 꼴 보기 싫다구 - - 그려서 아부지가 집에두 못 온 거여 - - 내 말이 맞지?"
"누가 그런 말을?"
"누군지 궁금해? 외할매가 그러드만. 어릴 적 내가 물어 봤거든. 우리 아부진 왜 안 오느냐구. 그니깐 할매가 그러대. 엄니가 쫒까 냈다구. 너두 조심허라구 - - 너랑 니 애비랑 똑 닮았다구 - - "
"뭐? 그걸 말이라구?"
"왜? 너무 정곡을 찔렀나? 내가 형만 싸고 돌때부터 알어봤지 - - 난 어떻해두 찬밥이란 걸"
"종수야 - - 그게 - - 그러니까 - - "
"왜? 광수가 없으니 내 이름두 다 부르네. 그 재수 없는 자식은 군대에서 죽지두 않구 잘 있나? 킬킬킬킬-"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동주는 이미 종수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광수와 종수가 사이좋은 형제가 될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동주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꺽꺽 목이 잠기도록 울었지만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다.
막내 딸 미순은 이 돌연한 상황에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혼자 훌쩍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