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19-27. "어쩔 셈이냐?"


"그런 걸 물어보면 안 되지 - - 난 내가 꼴리는 대로 살꺼니까 내 인생에 신경 끄시라구요 - - 엄니"

"난 용납 못 헌다 - - 절대. 니가 이딴 식으로 계속 살꺼면 차라리 집을 나가라 - - "

"아하 - - 바로 이거네, 이거. 아부지두 이렇게 쫒까 낸 거네 - - "


동주는 옷장을 뒤져 종수 옷을 거칠게 가방에 쑤셔 넣었다. 책가방이며 옷가방을 되는대로 마당으로 내던졌다.


"나가 - - 나가라구. 당장. 넌 이제 내 아들이 아니다 - - 암 껏두 아니다 - - "


동주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엄니 - - 종수는?"

제대한 광수가 물었다.


"종수는 저 혼자 살아보겄다고 혀서 - - 그러라구 했다"

"어데 있는디?"

"모르제 - - 소식이 없는 거 봉께 잘 있능겨 - - "


광수는 말문을 닫았다. 집 문제만 해도 그랬다. 왜 집을 팔았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묻질 않았다. 이사 온 집으로 돌아온 광수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안절부절, 맘 조리던 동주는 암말도 하지 않는 광수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군대 가기 전에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다정한 아들. 엄마 속을 잘 헤아리고 엄마 걱정을 하던 광수. 군대 갔다오더니 남자다워진건지 어쩐건지 무뚝뚝해지고 서먹해졌다.

종수도 없는 지금 광수와 같이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동주는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감이랄까 가까워지기 어려운 뭔가가 동주와 광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광수에게도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주는 근심이 깊어졌다.


"공부혀서 대학을 가야제?"

"대학은 무신? 대학 나온다고 다 잘 산답디까?"

"그려두 - - "


광수는 뭐가 불만인지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엄마 말에 토 달지 않는 아들이었는데 - - 언제나 '엄니 좋을대로 하셔요' 동주 뜻을 따라주던 광수였는데 - - 쓸쓸한 기분이 되었다. 일자리를 잡겠다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고도 어딜 다녀왔는지 누굴 만났는지 말하는 법이 없다. 동주는 이제 광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되었다.


한동안 서늘한 맘을 잡지 못하던 동주는 다시 돈벌이에 집중했다. 달리 신경 쓸 곳도 없었다.

그냥그냥 일만 했다. 농사철에는 품앗이도 다녔다. 눈 만 뜨면 돈, 돈.

몸만 놀리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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