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21-27. 엄마가


생각났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는 보고 싶지 않다.

종수를 떠나보낸 것도 따지고 보면 엄마 때문이다. 엄마를 만나 왜 그랬냐 묻고 싶지만 그러진 않았다. 그래봤자 엄마를 당할 순 없다.


'맞잖여 - - 니가 니 서방을 쫒까냈잖여 - - 종수가 애비 닮은 것두 맞구 - - '


이러면 끝이다. 종수가 어떻게 되든 동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것이다. 엄마에 대한 원망, 종수에 대한 노여움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돈이 모이는 대로 한 칸 한 칸 집을 지을 것이다.

이제부턴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집 짓는 일은 생각처럼 수월하지 않았다. 소학교도 다니지 않은 동주는 그 동네 먼 친척 아재에게 관공서 일을 맡겼는데, 그 아재에게 갈 때마다 돈을 줘야 했다. 대지로 바꿔야 한다 해서 돈을 주고,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기에 또 돈을 줬다. 수도를 놔야 한다고 돈을 주고, 하수도를 파야 한다고 또 돈을 주고 정화조를 한다고 또 돈을 줬다. 얼마가 들었는지 한 번도 영수증을 본 적이 없다. 그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았다.

이 년이 지나도록 벽돌 한 장 올리지 못했다. 다시 땅을 다지고 기초를 한다고 한 계절이 갔다.


"집을 지려고 허는디 그게 그러니께 - - "

"집이라구요? 엄니가 집을 짓는다구요?"

"응 - - 그게 - - 저그 옛날에 할매가 살던 동네에 땅을 사서 - - 그게 - - 그러니께 - - "


광수는 눈을 한 번 부라리더니 끙 - 신음을 삼켰다.


"엄니가 시작헌 일이니 - - 엄니가 알어서 허슈 - - 애초에 아들헌티 의논이구 뭐구 없더니 - - "


광수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일어서 나가버렸다.

밤 늦게 일 마치고 돌아온 광수에게 어렵게 입을 뗐지만 야멸차게 거절 당했다. 순간 동주는 서러운 맘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래도 그 아재가 속이는 것 같다고 아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광수는 그런 동주 맘을 돌아보지 않았다.


집 짓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일꾼을 두 명이나 샀지만 목수는 사람 적다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다시 새끼 목수 한 명에 미장이까지 총 다섯 명이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동주가 벌어둔 돈을 야금야금 다 털어 넣고 조금씩 모아둔 금붙이건 뭐 건 돈 될 만한 건 다 팔았다. 아마 팔수만 있다면 동주 살도 피도 다 팔았을 것이다. 모자라는 돈은 여기 저기, 아는 사람에게 이자를 쳐 주기로 하고 끌어 모았다.

당분간 동주도 일이고 뭐고 다 뒤로 제치고, 집 짓는 일에 매달렸다. 눈치껏 일꾼들 뒷바라지, 잔 심부름을 하고 하루 세 끼 밥에 새참까지 해 먹이느라 동동거렸다.


또 해를 넘기고 - - 땅을 산 지 4 년만에 드디어 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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