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22-27. 낮은 담을


두른 기와 집. 그 담을 두고 하니마니 실갱이를 했지만 동주 뜻대로 담을 쳤다.

동네사람들이 뭐 하러 담을 치냐 말들이 많았지만 그냥 하고 싶은대로 했다. 동주 일생을 쏟아 부은 집. 방 4 칸에 작은 마당. 목욕탕에 창고, 장독대까지 - - 동주는 어디 가서 실컷 울고 싶었다.

아무도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 준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 대견하고 벅찬 기분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광수는 일이 바쁜지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면 밥 한 술 뜨곤 바로 제 방으로 들어갔고 동주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광수야 - - 여 좀 앉어봐라 - - "

밤에 돌아 온 광수를 붙잡아 앉혔다.


"집. 다 졌다. 이사 가자 - - "

"난 못 가유 - - "

"어째?"

"멀어유 - - "

"차 타면 되지 - - "

"차가 내 시간에 맞춰 준대유?"


기어코 언성을 높였다. 동주는 말문이 막혔다. 박수치고 좋아해주길 바란 건 아니지만 이 떨떠름한 반응이라니 - -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혔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광수는 가타부타 아무 말 없이 그런 동주를 지켜봤다. 이젠 다정한 아들은 없었다.


"엄니 - - 지 처지를 생각해 보셔유 - - 새벽에 나가서 오밤중에 오는데 - - 지금이사 자전차 타고 다니지만 - - 안 되는 일이잖유 - - "


맞는 말이다. 동주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집 짓느라 여기저기 빌려 쓴 돈을 갚으려면 교통이 불편한 촌으로 이사하는 건 무리였다. 이게 현실이다.

급하게 맘 졸이며 힘들고 어렵게 집을 지었지만 이사 갈 수 없다니 - - 동주가 꿈 꾸던 재미지게 사는 일은 아직도 먼 훗날의 얘기였다.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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