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

by 김정욱

24-27. 광수가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같은 직장에서 경리를 보는 아가씨란다.

생김이 둥글둥글, 인상이 좋았다. 광수가 어쨌든 편하게 해주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제 맘에 드는 모양, 이제와 동주가 어떤 의견을 낸다해도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저희 둘이 맘만 맞는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것인가. 동주는 광수가 한 발짝 더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아가씨도 아버지가 없어서 외삼촌 되는 이하고 안사돈, 광수와 동주가 상견례를 했다.

동주는 이참에 새 집으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광수가 사돈에게 집을 새로 지었다고 이사 갈거라고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광수도 같은 생각이란 걸 알았다.

웬일인지 동주는 자꾸 섭섭해지는 맘이 들었다. 앞으로 아들 며느리하고 한 집에서 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졌다.


광수가 결혼을 하고 다음 해에 막내 딸 미순을 결혼 시켰다.

성격이 급하고 말도 빠르고 몸도 가벼운 사위가 맘에 들지 않았다. 콩깍지가 씌였는지 딸년이 좋아라 했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다짐을 받고 결혼을 시켰다. 제가 좋다는 놈에게 갔으니 고생을 해도 어쩔 수 없다. 다 지 팔자려니 - - 생각하기로 했다. 따뜻하고 다정한 놈에게 보내고 싶었으나 맘에 차지 않은 혼사에 동주는 한동안 혼자 가슴앓이를 했다. 사위가 맘이라도 착한 놈이길 바랄뿐이다. 속 맘이라도 따뜻한 놈이길 - -


동주가 아들 며느리와 같이 산지 3년. 동주는 분가를 했다.

새 집은 아들에게 주고 방이 딸린 작은 가게를 얻어 나왔다. 동주가 매일 일을 다니고 집을 비우니 안사돈이 살림을 거든답시고 날마다 드나들었다. 며느리 밑으로 여동생이 둘. 광수를 형부로, 오빠로 허물없이 여기고 작은 일, 큰 일을 무시로 부탁했다. 동주는 때론 못 본 척하고, 못 들은 척 했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몰랐지만 며느리를 결혼시키고 사돈은 같은 동네로 집을 얻어 이사를 왔다. 광수는 큰 정비공장으로 직장을 옮겨 바쁘고, 텃 밭 농사를 혼자는 못 한다고 며느리가 식구들을 불러들였다.

집엔 동주 자리가 없었다.

화기애애, 웃음소리가 들리다가 동주가 들어서면 모두들 입을 닫고 각자 흩어졌다.


'이게 뭔 일이여?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겨?'


동주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화를 내야할지 그 분위기에 같이 휩쓸려야 할지 - - 몰랐다.

그저 저들 맘도 내 맘도 편치 않다는 건, 분명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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