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 엄마가 위독하다고
연락이 왔다. 정말이냐고 몇 번이고 물었다. 동주 생각엔 엄마는 언제까지나 죽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는 독한 사람이다. 동주는 엄마를 다 알지 못했지만 동주 생각으론 독한 사람 맞았다.
그런 엄마가 81살. 동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엄마는 외할머니에게도 냉정했고 하나뿐인 자식, 동주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언제나 세상에서 혼자만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이라 떠들었다. 동주는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헌티 왜 그렸어? 나 헌티 - - 종수헌티는 왜 그렸어? 암 껏도 모르는 애헌티 - - '
그래봤자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도대체 어떤 맘이었냐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난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힘든데 너희는 무엇이 그리 좋으냐?
엄마는 그랬다. 자신이 불행하므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건 늘 마땅치 않았다.
어릴 적 동주는 엄마 눈 길 한 번 받고 싶어서, 사랑을 받고 싶어서 애를 태웠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결혼해서도 남편에게 정이 없어 늘 맘이 추웠는데 다행히 광수를 낳고, 광수에게 맘 껏 사랑을 주었다.
자식이 이렇게 이쁜데 엄마는 왜 날 이뻐하지 않았을까?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종수를 키우면서 자식이 이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똑같은 자식이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이젠 자식들이 각자 제 가정이 생기자 동주는 비로소 홀가분해졌다.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하기도 했지만 인생이 다 그런 것이려니 - - 참을만 했다. 동주는 이제야 제 자신을 돌보고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져갔다.
가게는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면 문을 닫았다. 손님들이 불평했지만 그 건 그들의 사정, 평생 이 곳 저 곳 일 다니던 동주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돈 버는 건 맞지 않았다. 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가게를 며칠씩 문을 닫고 팔도강산 돌아다니기도 했다.
혼자 맘이었지만 이렇게 다니다 보면 언젠가 꼭 종수를 만날 것만 같았다. 종수도 나이를 먹고 철이 들고 혹시 가정을 이뤘다면 애비가 됐을 것이다. 용서 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미도 문득 용서하고 싶은 날이 오지 않았을까 - - 그러면 혹시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 - 그냥 잘 살고 있는 것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 그 아이 발 끝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고 싶지만 종수가 용서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 해, 한 해, 해가 갈수록 그냥 한 번, 꼭 한 번 종수를 보고 싶었다.
처음엔 아는 사람과 어울려 이 곳 저 곳을 다녔지만 나중에는 혼자 다녔다.
발 길이 닿는대로 구름처럼 흘러갔다. 산을 오르다 약초꾼이라도 만나면 습관처럼 혹시 이 아이를 아느냐 오래 된 종수사진을 디밀었다.
동주는 일도 열심히 하고 한시도 몸을 쉬지않고 놀렸다. 가게를 하는 틈틈이 품도 팔고, 일거리만 있으면 새벽이고 밤이고 달려 나갔다. 동주 나이 육십을 넘었지만 아직 팔팔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기때문에 잠시라도 몸과 맘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다잡았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 땅도 사고 집도 살 것이다. 종수가 용서하지 않더라도 꼭 종수에게 주고 싶다.
어미로서 정은 주지 못했지만 돈이라도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