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의 사생활

by 김정욱

2-8. 지영은 그제서야


사태의 전모를 알 수 있었는데 홍씨는 치아가 하나도 없어 무슨 말이건 '옹옹옹'으로 들린다는 것.

할머니들과 홍씨는 구면이라는 것. 이 사정, 저 사정 서로 헤아리고 이해하는 사이라는 것.

어쨌거나 홍씨는 이 양산은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 없다했고, 지영은 오래 걸려도 좋으니 고칠 수 있냐고 다시 물었고, 홍씨는 이건 부품이 안 나온다고, 똑같은 것이 있으면 모를까 안된다고 했고, 지영은 의미있는 물건이라 꼭 고치고 싶다고 다시 말했고, 홍씨는 한 달 뒤쯤 다시 오라고, 그때도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고, 혹시 그동안 그 부품을 손에 넣으면 고쳐주겠다고 했다.

이 대화를 할머니 한 분이 통역을 해 주었고 지영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이 있은 후, 이래저래 바쁜 일상에 까맣게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그 홍씨를 지영이 일하고 있는 마트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지영은 집 근처 마트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마 명절 전쯤 일이다. 상품 진열을 마치고 빈 박스를 열 댓장 수북히 이동카에 싣고 옆으로 쏟아지지 않게 조심하며 마트 뒤쪽 폐지수거장으로 갔다. 가보니 이미 폐지수거장은 흘러 넘친 박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수거장 너머는 차들이 지나는 도로라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재활용업체에서 집게차를 가져와 트럭으로 실어내기는 하지만 자주 폐지가 넘치곤 했다.

가끔 박스 모으는 어르신들이 와 주워가기도 하지만, 마트에서는 나름 단속을 했다. 이미 계약이 되있는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맡은 일로 직원들은 제각각 바빴고, 오늘같이 명절이 다가오는 주말에는 나오는 박스가 많아지니 당연하게 흘러 넘쳤다. 점장은 박스 테이프를 떼어내고 접어서 내라 잔소리를 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통 모양 그대로 집어 던지기 일쑤였다.


"거기 - - 누구세요? 가져가시면 안돼요 - - "


맨손으로 흩어진 박스를 주워 모으고 테이프를 떼어내고 한 쪽으로 정리하는 남자 뒤에서 지영은 소리쳤다.


"앙예용 앙예용 앙 가져강용"

"홍씨 아저씨?"


홍씨는 벌떡 일어나 지영을 보며 '누군가? 아는 사람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 - 지난번에 양산 못 고친 사람요 - - "


홍씨는 그제야 꾸벅 허리를 숙였다.

지영은 아직도 시장에서 일 하시는냐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신다.


"쫑꼉 낭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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