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지영이 처음 홍씨를
본 건 3년 전이다. 정확히 말해서 홍씨가 아니라 송씨였고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은 송 기원이다.
그러나 제대로 알기 전엔 홍씨였다.
오래 전, 생일 선물로 받은 양산이 고장이 났는지 잘 펴지지 않았다. 나름 의미 있는 선물로 웬지 버리기가 아까워 내내 서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햇볕이 점점 뜨거워지던 5월 어느 날, 맘 먹고 시내 큰 시장 어딘가에 있다는 우산 수선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시장 외진 곳,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층계참, 제대로 된 가게자리가 아니라 그냥 약간의 짜투리 공간에서 홍씨가 잡동사니를 쌓아놓고 수선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우산은 물론 구두, 가방이나 오래 된 물건들도 수선해 주고 있었는데, 이미 기다란 나무의자에 할머니 서너분이 앉아 있었다. 재미난 얘기를 하는 중이었는지 분위기가 느슨하고 낙낙했다.
"여기 - - 양산 좀 고칠 수 있을까요?"
"그럼그럼. 홍씨는 뭐든 다 고치지 - - "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얼른 대답을 하신다.
"그럼, 기다려야 하나요? 얼마나 - - "
"기다려야지 - - 암. 기다려야지 - - 여그 우리들도 다 기다리잖여 - - "
이번에 다른 할머니가 대답을 하셨다.
"얼마나 걸릴까요?"
"장 구경 하구 와 - - 쪼매 늦어도 괜찮여 - - "
또 다른 할머니가 대답을 하신다.
지영은 눈으로 계속 홍씨라는 사람을 바라보며 무슨 말이건 해주길 바랬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어 - - 그래 봬두 그 사람 부끄럼쟁이여 - - "
할머니 한 분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핫핫핫핫. 호호호호.
서있던 지영은 공연히 뻘쭘해졌다.
'내가 뭘 어쨌다고? 아니 손님이 물어보면 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속으로 투덜댔다.
"잉리 내 봐융"
홍씨가 손을 내밀어 양산을 건네주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놀랠 거 읍써 - - 우리 홍씨가 버얼써 신선이 돼 부렀어 - - "
무슨 말인가 싶어 홍씨를 바라보니, 그 홍씨가 활짝 잇몸을 내놓고 웃었다.
"앙이공 - - 어릉싱둥 - - 창 - - 흥흥흥흥"
또다시 박장대소. 할머니들은 박수까지 치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