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마침 마트 뒤쪽으로
나오던 점장이 지영을 불렀다.
"무슨 일이예요? 왜 그래요?"
지영은 공연히 오해를 살 것 같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점장은 사정이 딱한 사람이냐며, 그럼 홍씨에게 오늘부터 폐지 수거장 정리랑 뒷 마당에 이리저리 순서 없이 널려있던 이동카, 배송박스, 롤 테이너 정리, 공병 수납, 청소등을 맡겨보면 어떻겠냐 물었다. 안 그래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던 차였다. 적당한 사람 추천해 보라고 직원들에게 말한 적도 있고, 구인광고를 내야하나 어쩌나 생각만 하고 있다가 마침 홍씨를 본 것이다.
어쨌든 홍씨는 그 날부터 일을 하게 되었는데, 뒷마당은 몰라보게 하루하루 깔끔하고 깨끗해졌다.
일 하는 직원들도 모두 좋아하고 맘 좋은 홍씨에게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했다. 점장은 처음엔 이것 저것 서류를 받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지영씨가 보증을 한다면 주민등록증 사본만 받고 바로 일을 시작하라 했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니 송 기원. 61세. 어? 홍씨가 아니라 송씨? 할머니들도 홍씨로 계속 부르던데 - - 사실 송씨랑 홍씨랑 비슷하게 들리기는 했다. 하기야 송씨건 훙씨건 그게 무슨 대수랴. 좋은사람이면 된거지 - - 지영은 편하게 생각했다.
지영은 얼떨결에 홍씨의 보증인이 되었지만 정작 알고 있는 건 큰 시장 짜투리 공간에서 뭔가를 고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뿐. 마음 한쪽으로 찜찜하고 불안했지만 당시 할머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사람이란 걸 떠올리며, 분명 좋은 사람일거라고 그냥 믿어버렸다.
과연 홍씨는 부지런 그 자체였다.
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였지만 아침이건 밤 시간이건 불쑥불쑥 나타나 청소를 하고 정리를 했다. 항상 지저분하다고 근처 주민들에게 민원도 들어오곤 했는데, 홍씨가 온 뒤론 동네가 깨끗해졌다고 주민들 칭찬이 자자했다. 비 오는 날이면 이런 날, 물청소를 한 번 해야 한다며 밤 늦은 시간에도 마당을 쓸어내는 홍씨. 점장이 적은 월급 주기 미안해하면서 라면 한 박스나 휴지 한 뭉치를 얹어주면 홍씨는 손사레 치며 말했다.
"징강 강상하중 - - 강사행융. 증망룽 강상해융 - - "
근무 시간이 어긋나 몇 번 마주치지 못하는 지영을 만날때면 은인이라며 항상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가끔 직원들과 홍씨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지영은 알고 있는 게 너무 없어 도리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직원들은 홍씨가 가족도 없이 어딘가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아닐까 - -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영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홍씨를 보며 어딘가에 가족이 있지 않을까 - - 혼자 생각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