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1년쯤 지난 후,
지영은 홍씨를 또 보았다. 만난 건 아니고 그저 보았다.
이종 동생이 암 투병을 하고 있었다. 수술을 하고 몇 년을 잘 살다가 6년만에 재발했다. 동생은 재수술을 거부했다. 울며불며 이모가 결사적으로 반대 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굳건했다.
그냥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서 글이나 쓰면서 지내고 싶다고 했고, 찾은 곳이 경주 작은 암자였다.
자매가 없던 지영과 친밀하게 속 마음을 나누던 이종 동생은 가끔 보고 싶다고 문자를 해왔다. 생활이 바빠 가 보지 못하다가 큰 맘 먹고 나선 길이었다.
초행이라 물어물어 찾아가고 있었다.
작은 암자를 발견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장작을 패는 어떤 남자의 등이 보였다.
"행자님. 이 쌀통 좀 물 가로 옮겨줘요 - - "
"넹, 넹 - - "
지영은 단번에 홍씨를 알아봤다. 그새 많이 수척하고 늙어 보였다. 지영은 홍씨를 아는 체 하지 않았다.
무슨 사연으로 그 자리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사정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어설프게 나서기도 그렇고, 무거운 맘이 더 무거워지는 건 싫었다. 홍씨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떨어진 게 꼭 불길한 징조같아 굳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지 않았다. 지영은 서둘러 더 위쪽에 있다는 숙소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언니 - - 여전하네 - - 언니는"
지영은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얗게 말라버린 동생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 -
"좋아 좋아 - - 언니가 날 보러 와 주고 - - 오늘은 운 좋은 날이야 - - "
"좋은 날이라구?"
동생의 그 한 마디에 지영은 기어코 눈물을 떨궜다. 동생은 지영을 안고 토닥토닥 - -
"울 언니 울보네 - - 난 괜찮아 - - 좋아 - - "
"뭐가 좋아? 뭐가 좋다구?"
"여기선 시간이 천천히 흘러 가 - - 하루를 이틀 삼일처럼 살아 - - "
"난 - - 난 말이지 니가 너무 아까워 - - 이렇게 이쁜데 - - "
지영은 동생 나이를 떠올리며 또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말았다.
40살. 인생의 정점. 아름다운 시절, 이쁜 나이인데 - -
"언니. 난 지금에야 철이 든 거 같애. '일장춘몽' 그 말도 절대 공감하고 - - 후후. 내가 공부하구, 학교 다니구, 회사 다니구, 연애하고, 결혼하고 - - 그런 게 다 꿈 같아 - - 아득히 먼 전생 - - "
"바보같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래도 난 굉장히 운이 좋아. 다 해 봤거든. 연애도 사랑도 - - "